세태풍자 광고 쏟아진다- '청문회'가 주메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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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가뜩이나 불황으로 경제가 어려운데 한보사태와 청문회등으로 이어지면서 사회.정치적인 문제가 속속 파헤쳐지자 세태를 풍자하는 시사성 광고들이 쏟아지고 있다.

세태풍자 광고는 우선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고 메시지의 설득력도 높아 광고업계에선 자주 사용되는'단골메뉴'.하지만 요즘은 과거 어느때보다 물량자체가 많은데다 내용 또한 은유.비유차원을 넘어 직접적인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신한국당과 새정치국민회의의 대변인들이 스스로 종아리를 때리는 장면과 함께'정말 좋은 나라 한번 만들어 봅시다!”라는 문구로 이뤄진 하이트맥주 광고. 국회의원들에게 쏟아지는 국민들의 비난을 배경으로 깔고 이에 대한 극복의지를 제품 이미지와 연결시키겠다는 의도다.

진돗개를 청문회 증인으로 내세운 세진 컴퓨터랜드의 광고(세진애드컴 대행)또한 청문회의 상투적인 장면들을 활용한 경우다.

성우가 자민련의 李모의원과 비슷한 목소리로 신문을 하면 넥타이를 맨 진돗개가“세일기간중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등으로 응답하면서 물도 마시고 하품도 하는 장면으로 구성돼 있다.

이밖에“이놈의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고려화학의 우드피아 광고,“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없다! 하지만 털어서 비듬 안나는 사람은 있다”는 애경 센서블샴푸 광고,“속쓰린 세상 내가 잡는다”는 위장약 겔포스광고등도 눈길끄는 세태풍자 광고들이다.

이외에도“풀려라 대한민국”(한솔그룹),“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고 믿기에….정직한 젊은이들”(캐주얼의류 체이스컬트),“오늘 하루 몇번 웃으셨어요?”(엔돌핀),“세상이 더 부드러워졌으면 좋겠다”(쿠크다스),“속일 생각은 없었습니다”(한화 우드플로어),“성숙한 세상을 생각합니다”(참나무통 맑은 소주),”귀하로 인하여 힘을 잃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현대자동차 다이너스티)등도 간접적으로 세태를 겨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광고들에 대해 소비자들이 광고에서 풍자된 세태에 너무 신경이 쏠린 나머지 정작 제품의 광고효과는 떨어지고 기업이나 제품의 장기적인 이미지 관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고려화학 우드피아의 광고대행을 맡은 금강기획 백초기부장은“광고기획당시 너무 시류영합적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시장조사 결과 현상황에서 일반광고로는 위축된 소비자들의 심리를 따라잡기 힘들고 관심도 끌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와 이같은 광고를 제작하게 됐다”면서“현재로선 성공적이라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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