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가 받아친 공에 머리 맞아 숨진 김영문군 누구의 책임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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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몹시도 무덥던 94년 7월19일 여름밤 부산고 운동장.이 학교 야구부 1학년 투수 김영문(당시 15세)군은 강속구를 홈플레이트로 마음껏 뿌렸다.

그러나 金군은 타자가 받아친 공에 머리를 맞아 뇌출혈로 9일만에 숨졌다.

金군은 당시 1학년인데도 주전 선수로 뛸 정도였으나 이 야간훈련 사고로 프로무대에서'제2의 선동열'이 되겠다던 꿈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이럴 경우 누가 배상을 해야할까,아니면 누구도 책임이 없는 걸까.현재 金군의 가족과 변호인은'공동체 책임론'을 내세우고 있는 반면 부산시교육청은 개인 책임론으로 맞서고 있다.

가족들은 95년8월 부산시교육청을 상대로 1억3백만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소송을 부산지법에 내 이미 열차례 공판이 진행됐다.가족들은“한여름 밤에 어린 선수를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혹사해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겹친데다 어두운 조명으로 공이 날아오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해 사고가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가족들은“따라서 장비.시설의 불완전성과 학교 관계자의 감독소홀에 대한 책임을 시교육청이 져야 한다”고 밝혔다.

원고측 소송대리인으로 나선 장기욱(張基旭)변호사는“아침에 건강하게 집을 나간 학생을 건강하게 집으로 돌려 보낼 책임이 사회공동체에 있다”며“金군의 경우도 사회가 관리를 잘못해 숨졌다”고 말했다.

張변호사는“공동체 책임론이 재판부에서 받아들여진다면 새로운 판례로 남을 것”이라며 이번 재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러나 부산시교육청은 투수 개인책임으로 돌리면서 배상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시교육청은“투수보호망이 설치돼 있어 투수가 공을 던진 뒤 몸을 보호망 밑으로 피했으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조명도 정상적인 수준”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재판부가 공동체가 잘못해 일어난 사고로 판결을 내릴지,아니면 개인사고로 결론을 내릴지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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