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그가 뜨면 걸린다 … 윤봉우 ‘새 거미손’ 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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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센터 윤봉우(27·2m)는 지난 시즌부터 경기장으로 가기 전 PMP(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를 챙긴다. 경기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PMP를 통해 그날 상대할 팀의 지난 경기 동영상을 본다. 자신이 막아야 할 상대 공격수, 세터의 습관과 움직임을 유심히 살핀다. 그 덕분인지 요즘은 상대 세터가 어느 쪽으로 토스를 뺄지 보인다고 한다.

“블로킹이 높이만 갖고 되나요. 손 모양 예뻐야죠, 발도 빨라야죠. 무엇보다 상대방을 잘 읽어야 돼요. (윤)봉우가 정말 좋아진 부분은 ‘눈’이에요.”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윤봉우가 좋아진 점으로 주저없이 ‘눈’을 꼽았다. 그 전까지 숙소에서 컴퓨터로 상대 경기를 분석했던 윤봉우는 요즘 PMP 덕분에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눈’이 좋아진 윤봉우는 지난 시즌 ‘블로킹왕’ 이선규(현대캐피탈)로부터 ‘거미손’ 타이틀을 뺏어올 태세다. 윤봉우는 지난해 12월 4일 켑코45(옛 한전)와의 경기에서 10개의 블로킹을 잡아냈다. 그 경기에서 송인석·박철우 등 날개 공격수들을 제치고 팀내 최다인 12득점을 기록했다. 한 경기 블로킹 10개는 현역선수 최다 블로킹 기록이다.

은퇴한 ‘원조 거미손’ 방신봉이 2007년 1월 삼성화재전에서 11개를 기록한 적이 있다. 윤봉우는 4일 대한항공전에서는 9개를 블로킹했다. 때리는 족족 막아내는 윤봉우를 보며 대한항공 공격수들은 기가 질렸다.

한 경기 9개의 블로킹 기록은 윤봉우 외에도 이선규·하현용(LIG손해보험)이 갖고 있다. 하지만 모두 2006년 세운 것이다. 이번 시즌만큼은 블로킹에 관한 한 윤봉우가 대세다. 이번 시즌 블로킹 순위에서도 윤봉우는 세트당 1.08개로 1위다. 2위 이선규(세트당 0.88개), 3위 신선호(삼성화재·세트당 0.87개)를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 지난 시즌 세트당 블로킹이 0.56개에서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윤봉우의 위력적인 블로킹에는 밝아진 눈 외에도 양쪽에 서는 앤더스·박철우의 높이도 한몫을 단단히 한다. “두 사람이 양옆에서 같이 떠주니까 블로킹 하기가 편해요. 그래서인지 공이 커 보이고 손만 들면 공이 걸리는 것 같아요.”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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