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엔고 저지’ 시장 개입 초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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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동안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던 일본은행이 ‘엔고(高) 저지’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사진) 일본은행 총재는 4일 NHK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경제가 급속히 나빠지는 와중에도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엔화 탓에 일본 경제가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그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일본은행 차원에서 통화정책을 포함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최근 4~5년 동안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해 왔다. 시라카와 총재는 이를 위해 민간은행의 대출금리를 낮추는 방안과 기업들이 투자 자금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일본은행의 입장은 지난달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재무상이 “일본은 환율시장에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엔고’ 대처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 역시 이날 “무엇보다 경기 침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여러 경제정책 수단을 갖고 신속하게 움직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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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일본 정부가 환율에 신경을 쓰는 것은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지난달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며 “미국·유럽 시장의 침체와 맞물려 도요타와 같은 일본 수출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출의 74%를 해외 판매에 의존하고 있는 도요타는 지난해 12월 1500억 엔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1937년 창업 이후 처음 있는 손실이다. 도요타는 3월 말로 종료되는 이번 회계연도에 16억3000만 달러 정도의 손실을 낼 전망이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대책에 대해 회의적이다. AFP는 “애널리스트들은 일본은행이 이미 지난해 12월 19일 기준금리를 0.3%에서 0.1%로 낮춘 상태인 데다 달러화가 조만간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한편 이날 시라카와 총재는 일본의 경기 회복 시기가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10월 일본 경제가 올 4월부터 회복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는 “세계 금융위기가 계속되고 있어 일본의 경기 회복 시점도 이보다 다소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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