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장비 총동원한 페루 인질 구출작전 - 어떻게 이루어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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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페루 인질 구출작전은 최첨단 정보전의 개가였다.

페루 정부군은 고성능 도청장치와 적외선 감시장치를 이용,인질범들의 동태를 낱낱이 파악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특히 도청방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기발했다.정부군은 특수기법으로 포장한 초소형 도청장치를 수도관에 밀어넣어 일본대사관저의 모든 방을 염탐했다.또 적외선 감시장치를 가진 헬리콥터를 띄워 인질범들의 움직임을 체크했으며 지뢰 감지장치를 이용,작전개시전에 게릴라들이 묻어놓은 지뢰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두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함께 대낮에 진압작전을 개시하는등 적의 허를 찌르는 대담성도 이번 작전을 성공시킨 또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보통 기습작전이 야음을 틈타 이뤄지는 것과는 달리 이번 구출작전은 구름 한점없는 오후3시30분(현지시간)쯤 전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날 오후3시20분쯤 일본대사관 상공으로 경찰헬기가 낮게 날아갔다.마지막 정탐을 위한 비행이었다.3시23분쯤 1백50여명의 최정예 특수부대요원들의 기습작전이 마침내 개시됐다.이들은 미리 파둔 2백여m의 지하터널을 이용,대사관저에 접근해 들어갔다.목표지점에 도착한 요원들은 즉각 3개조로 분산,진압에 들어갔다.1조는 대사관저의 정문으로 진격해 들어갔으며 건물후방쪽 진입은 2조가 맡았다.3조 요원들은 뒤쪽 벽을 타고 넘어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주변건물에는 저격병들이 배치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3시30분쯤 드디어 운명의 기습공격이 감행됐다.복면으로 위장한 진압군은 최루탄을 쏘며 건물내로 진입,인질범들과 총격전을 벌이기 시작했다.곧바로 엄청난 폭발음이 관저를 뒤흔들었다.귀를 찢는 자동소총 소리도 공기를 갈랐다.총성이 요란하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인질들이 차례로 건물을 빠져나오기 시작한 것은 3시38분쯤. 1분이나 됐을까 또 한차례의 폭발과 함께 검은 연기가 하늘로 피어올랐다.교전소리는 계속됐으며 3시53분쯤 세번째 폭발이 일어났다.많은 인질들이 옥상을 통해 건물 밖으로 빠져나와 계단으로 속속 피신했다. 그후 간헐적으로 총성이 울려퍼졌으나 4시6분쯤 특수부대 요원들은 관저 옥상에 걸려있던 투팍 아마루 혁명운동(MRTA)의 붉은 깃발을 끌어내렸다.작전이 성공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동시에“이겼다”는 함성이 특수요원들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4시28분쯤 검은색 방탄조끼 차림의 후지모리 대통령이 웃음을 머금은채 대사관저로 들어왔다.그는 인질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으며 특수요원들과 함께 페루국가를 감격스럽게 합창했다.1백26일을 끈 페루 인질사태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 역사적 순간이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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