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前비서 국립묘지 참배 - 민족에 사죄.충성맹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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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도착 사흘째를 맞은 23일 새벽 황장엽(黃長燁)씨는 국립묘지를 참배했다.서울에서의 첫 나들이다.

黃씨는 현충탑에 헌화.분향하고 호국영령에 대해 경례와 묵념을 했다.방명록에 그는“조국과 민족을 위해 한평생 바친 애국열사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표하며 명복을 빕니다.그 뜻을 따라 배우며 민족앞에 지은죄를 씻고서 충성을 바칠 것을 맹세합니다”라고 썼다.

黃씨는 참배후 묘지관계자가“분향을 세번하는 의미는 천(天).지(地).인(人)을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자“현충문의 경관이 참 좋다.옛날식 건물로 잘 지어놓았다”고 촌평. 黃씨는“지난 70년 6월에 북한에서 온 사람들이 현충문을 폭파해 다시 복원했다”는 관계자의 말에“북한은 그렇게 하고도 남는다.청와대 기습사건(68.1)도 그렇고 지난해 잠수함 침투사건이 다 그런 것 아니냐.북한은 일을 저질러놓고도 절대로 시인하지 않고 덮어씌우는 억지를 부린다”고 했다.

북한에 대한 그의 언급은 하루가 다르게 강한 어조를 띠고 있다는게 우리 관계당국의 귀띔이다.

黃씨는 국립묘지로 오는 길에 출근길 차량으로 붐비는 거리를 보고“이른 아침인데도 차량이 많다”면서“부산까지 갔다오는데 얼마나 걸리느냐”고 묻는등 많은 차량에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편 黃씨는 이날 시력검사를 한뒤 안경과 돋보기를 새로 맞췄다.그는“안경이 가볍고 튼튼해 좋다”며 만족해했다.그의 요구로 안가(安家)의 거실 서가에는 전래동화전집과 문학전집이 몇질 추가로 제공됐다. 〈이영종 기자〉

<사진설명>

23일 오전 황장엽씨와 김덕홍씨가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아 현충탑에

분향한 후 묵념하고 있다. [안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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