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젊은 앵글 잡는 60代 영상마술사 - '모델' 촬영감독 함창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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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SBS가 최근 선보인 36부작'모델'은 젊은 드라마다.장동건.김남주.한재석.염정아등 젊고 화려한 캐스팅 때문만은 아니다.“뻔한 젊은애들 연애이야기”라는 비판의 와중에도“어쨌든 볼거리는 푸짐하다”는 반응을 끌어내는 감각적 화면처리가

드라마를 젊고 역동적이게 하는 것이다.

20대의 젊음이 넘쳐나는 영상을 담아내는 촬영감독은 뜻밖에도 40년 세월을 가뿐히 뛰어넘은 백발의 함창기(62)씨다.

“드라마의 특성을 살려 숏컷을 많이 쓰고 화면에 사각(기울기)으로 변화를 줍니다.빛을 중시하면서도 그림자를 고려하지 않으면 '반쪽화면'밖에 못돼요.”

앵글도 중요하지만 빛을 중시하는 고집스러움이 그에겐 몸에 배어 있다.

함씨는 동북고를 졸업한뒤 57년 촬영보조기사로 충무로 영화판에 뛰어들면서 어깨너머로 촬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80년 언론통폐합때까지 13년간 TBC에서 일할 때는 환경문제를 다룬 드라마'해오라기'로 보안사에서 고초를 겪기도 했다.통폐합후 KBS에서'을화''취국'등 문학성 높은 작품을 촬영하던 그는 83년부터 8년간 제일기획에서 CF감독으

로 변신한뒤 91년 정년퇴임했다.'재즈'(95년)와'모델'에서 보여준 CF적 화면들이 나올 수 있었던 토양이 이때 형성된 것이다.91년 SBS 개국멤버로 또다시 드라마로 돌아온 그는 지난해'프리선언'뒤 제2의 촬영인생을 시작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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