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3박자 삐거덕 … 탈출구가 안 보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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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라운드 전승으로 기세 좋게 시즌을 시작한 대한항공 점보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2라운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3라운드 현대캐피탈 전에서 1-3으로 졌다. 앞서 1일 삼성화재 전에서도 1-3으로 패했다. 지난해 12월 28일 아마초청팀 신협 상무에 3라운드 첫승을 신고했을 뿐 프로 상위팀과의 경기에선 연패를 거듭하고 있다.

대한항공 칼라(뒷쪽)가 현대캐피탈 블로커를 앞에 두고 스파이크를 하고 있다. 칼라의 공격은 현대캐피탈 이선규(앞쪽 가운데)의 머리에 가로막히고 있다. [천안=뉴시스]


켑코45(7일) 및 LIG손해보험(11일)과의 경기가 남아 있지만 이런 페이스라면 2라운드(2승3패)에 이어 3라운드마저 5할 승률을 낙관할 수 없는 분위기다.

시즌 8승5패로 선두권 재진입은 멀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뚜렷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날 경기에 진 뒤 진준택 감독은 “실력이 안 된다. 이젠 너무 지니 변명거리도 없다”며 혀를 찼다.

◆칼라와 세터의 엇박자=진준택 감독은 이날 주전 세터 한선수 대신 김영석을 선발 투입했다. 2라운드 20% 초반대에 그친 칼라의 공격 점유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였다. 감독의 기대대로 칼라는 35.29%의 점유율(성공률 50%)로 양팀 통틀어 최다인 24득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블로킹 벽에서 ‘구멍’이 났다. 4세트 동안 현대캐피탈은 블로킹으로 19점을 올렸는데 대한항공은 고작 2득점뿐이었다. 한선수(1m89cm) 대신 상대적으로 칼라와 호흡이 잘 맞는 김영석(1m85cm) 세터를 투입하다 보니 높이가 낮아진 것이다.

진 감독은 “김영석을 쓰자니 상대 공격이 단신 세터 쪽으로 집중되고, 한선수를 쓰자니 공격 활로가 막힌다”고 답답해 했다. 진 감독은 1-1로 맞선 3세트에서 한선수로 바꿨지만 점수 차가 벌어지자 다시 김영석으로 교체했다.

◆실종된 강서브=대한항공은 1라운드에서 6개 구단 최다인 29개의 서브 에이스를 성공시켰다. 세트당 1.7개. 그러나 2라운드 들어 11개(세트당 0.58개)로 3분의 1가량이 줄었다. 반면 서브 실수는 1라운드 65개에서 2라운드 81개로 부쩍 늘었다.

이에 대해 진 감독은 “선수들에게 부담 없이 서브를 넣으라고 해도 나아지질 않는다. 1라운드의 절반이라도 한다면…”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선수들이 자신감이 떨어진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강서브는 상대 공격을 흐트러뜨리기 위해 필수다. 이날 현대캐피탈의 리시브와 세트 성공률은 각각 70%-58%로 대한항공(67%-48%)에 앞섰다.

◆고착되는 양강 구도=대한항공이 1라운드에서 전승을 거두자 배구계는 “현대캐피탈-삼성화재로 양분됐던 구도가 깨지고 있다”며 흥분했다. 그러나 2라운드부터 대한항공의 힘이 빠지면서 판도는 다시 삼성-현대 양강 구도로 흐르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11승2패로 단독선두를 굳건히 했다. 삼성화재는 대전에서 켑코45를 3-1로 꺾고 시즌 두 번째로 10승(3패) 고지에 올랐다.

천안=정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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