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예측 방법론 부실하면 점성술에 불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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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호 22면

선진 각국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미래연구를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미래연구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국책연구소로서는 처음으로 2003년부터 미래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융합전략연구실 최항섭(39.사진) 박사에게서 미래연구의 중요성과 우리나라 미래연구의 현주소를 들어 봤다.

정보통신정책硏 최항섭 박사가 말하는 ‘미래연구의 현주소’

-국내 미래연구의 시작은.
“한국미래학회 소속 정치.사회학 교수수들을 중심으로 1980년대 중반부터 미래연구가 본격화됐다. 당시 냉전 시대에 대북·대미 관계 등이 대단히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했다.”

-미래연구가 부진한 감이 있다.
“미래예측과 대응전략에 대한 중요성을 정부 당국자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눈앞에 정해진 틀에만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다. 미래연구자들이 정부와 사회의 관심을 끄는 데 한계를 느끼면서 미래연구가 차차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최근 정부·기업의 미래연구 수요가 급증하는 이유는.
“사회 변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10년, 20년 후를 내다보고 국가 정책을 운용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어떤 연구가 있었나.
“2003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정보기술(IT)로 인해 변화될 미래사회를 그리는 ’메가트렌드 연구’를 시작했다. 이 연구에 2007년까지 수백 명의 철학자·사회학자·정치학자·경제학자가 참여했다. 국내 미래연구의 기반을 다지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현재 정부와 국책연구소, 민간 기업 등에 미래연구 전담 부서가 생겨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선진국의 미래연구 수준은.
“매년 미국에서 개최되는 세계미래학회(www.wfs.org)에 참석해 보면 해외에서 미래연구가 얼마나 활발한지 알 수 있다. 정부 고위 관료, 세계적 기업 간부들이 참석 해 진행 중인 미래연구를 발표하고 열띤 토론을 한다. 핀란드의 FFRC(유럽 공동체의 미래와 교통·기술의 미래연구 전문), 미국 NSF의 NITRD 센터(과학기술 진화에 따른 사회변화 미래연구 전문), 스웨덴의 Kairos 연구소(산업 영역의 미래연구 전문) 등이 대표 연구소다. Battelles·GBN(Global Business Network) 등 내로라하는 정부 출연 혹은 기업 연구소들이 미래연구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미래연구가 제대로 되기 위해 해결할 과제는.
“‘방법론’ 개발이다. 국내에서는 2007년에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개발한 ‘미래예측 방법론’의 프로토타입이 나온 정도다. 정교한 방법론을 개발해야 제대로 된 미래연구가 가능하다. 방법론이 없는 미래예측은 점성술과 다를 바 없다. 독자적 학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연구자들이 참여를 꺼려 미래연구 학자들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것도 문제다. 과거 셸(Royal Dutch Shell·세계 최대 석유회사)이 이 석유파동이라는 큰 위기를 예측하고 대비해 도약했듯이 우리 역시 미래연구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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