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비난한 바렌보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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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의 무장 단체 때문에 팔레스타인 전체를 벌해야 하는가. 2009년은 중동에서 인권과 평화를 이루는 한 해가 돼야한다.”

1일 자정(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의 무지크페어아인(Musikverein)홀. 흥겨운 왈츠·폴카가 연주된 빈 필하모닉의 신년 음악회에서 나온 말이다. 주인공은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67·사진). 앙코르를 연주하기에 앞서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을 비판했다. 세계 곳곳의 신년 음악회 중 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빈필의 무대에서 이같은 정치적 발언은 드물었다.

바렌보임이었기에 가능한 발언이었다. 그는 이스라엘의 강경책을 줄곧 비판해온 ‘행동하는 음악가’로 꼽힌다. 피아니스트와 지휘자로 이름을 알리던 1999년, 팔레스타인 출신 영문학자 에드워드 사이드(1935-2003)와 ‘서동시집(西東詩集·West-Eastern Divan)’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다른 중동국가에서 반씩 단원을 뽑아 구성한 오케스트라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이스라엘로 이주한 유대인인 그는 이 활동을 인정받아 팔레스타인 명예 시민권을 얻었다.

빈필의 홈페이지는 이날 음악회의 동영상을 보려는 네티즌이 몰려 다운됐다. 한국에서도 실황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KBS 클래식FM(93.1Mhz)의 ‘FM 실황음악회’는 5일 오후 8시 음악회를 녹음 중계한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음악 칼럼니스트 정준호씨는 “예년에 비해 빈필 신년 음악회의 단골 레퍼토리인 왈츠·폴카가 늘어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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