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막기 위해 왔다' 북한 황장엽 前비서 서울 첫 밤 - 김덕홍씨도 입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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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황장엽(黃長燁.74)전 북한 노동당비서가 망명신청 67일만인 20일 오전11시40분 김덕홍(金德弘.59)전 조선여광무역연합총회사 총사장과 함께 에어 필리핀 특별기편으로 입국했다.黃씨는 공항에서'서울도착 인사말씀'을 통해“북조선은

수십년간 전력(全力)을 다해 키운 막강한 무력을 사용하는 길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고 전쟁도발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따라서“남쪽 형제들과 손잡고 전쟁을 막아보는 길밖에 없다고 확신하게돼 대한민국으로 오게됐다”고 망명동기를 밝혔다. 〈관계기사 2,3,4,5,6,22,23면〉

그는“전쟁도발을 막고 우리민족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마지막 힘을 다 바침으로써 조금이나마 민족앞에 속죄할 수 있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黃씨는“나는 이 민족앞에 큰 죄를 지었으며 부끄럽기 그지없다”고 사죄한 후“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와주고 따뜻하게 맞이해준 대한민국정부와 국민 여러분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黃씨는“북조선은 사회주의와 현대판 봉건주의,군국주의가 뒤섞인 기형적 체제로 변질됐으며 경제는 전반적으로 마비상태에 들어가고 있다”며“사회주의 지상낙원을 건설해 놓았다고 호언장담하던 나라가 빌어먹는 나라로 전락됐다”고 비판했다.

그는“북조선 당국이 남조선 혁명노선을 버리고 주민들을 기아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줄 것을 진심으로 호소한다”고 말했다.김덕홍씨는 별도의 인사말씀에서“형님이고 스승인 황장엽선생을 모시고 결행한 나의 행동은 옳았

다”면서“형님과 생사운명을 같이 하면서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한 사업에 전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부는 黃.金 두사람을 안기부 안가에 묵게하면서 21일부터 건강을 검진하고 진술을 들을 방침이라고 안기부 고위관계자가 밝혔다.黃씨는 다음달 중순께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망명동기와 경위등을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으로 알려졌다.

행사장에는 黃씨의 평양상업학교 동창인 유창순(劉彰順)전 전경련회장과 전중윤(全仲潤)이북5도민회장,임노춘(林魯春)평양상업동창회장등이 나와 黃씨 일행을 맞았다.

환영행사를 끝낸뒤 黃씨등은 곧바로 검은색 그랜저 승용차에 분승,낮12시12분쯤 관계기관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공항을 떠나 안기부 안가로 옮겨졌다. 〈안희창.오병상 기자〉

<사진설명>

만세

망명요청 67일만인 20일 서울공항에 도착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비서와

그의 측근인 김덕홍 전 조선여광무역연합총회사 총사장이 비행기에서

내려오며 만세를 부르고 있다.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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