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위기서배운다>下. 우리는 어떻게 할까(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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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완전한 개방경제를 꾸려가는 멕시코에선'자국차'와'외국차'의 개념이 우리와 다르다.심지어 다음과 같은 TV광고가 있다.

“무슨 음식을 먹겠는가”라며 화면에 먼저 스시가 등장하지만 바로“아무래도 우리 전통음식이 맛있다”는 말이 나온다.곧 이어 폴크스바겐과 닛산 자동차를 비교하면서“아무래도 멕시코차인 폴크스바겐이 낫다”고 결론짓는다.

폴크스바겐이 멕시코차라는 것이 멕시코에선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67년부터 현지 공장을 차리고 진출해 현지자급률이 70%까지 올라간 폴크스바겐은 더 이상'독일차'가 아니다.닛산도 현지생산을 하지만 진출이 늦고(87년) 많은 부품을

일본에서 들여오므로 아직'현지차'대접을 못받고 있다.

폴크스바겐과 같은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는 멕시코가 외환위기 이후 더욱 주력하고 있는 분야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한번 들어오면 쉽게 나갈 수 있는 자본이 아니므로 95년 외환위기때 빠져나갔던 증시자금등 이른바 포트폴리오 투자보다 훨씬 안정적인데다 고용.기술.경영기법등의 면에서도 남는게 많으니“누구든 얼마든지 더 들어오라”는

것이 멕시코 경제의 기본 골격중 하나다.당연히 자본을 들고 나가는 것에도 아무런 제한이 없다.

95년 멕시코 사태 때는 외국인들보다 멕시코인들이 먼저 달러를 미국으로 빼나가는 통에 당시 미 의회에선“2백억달러를 긴급지원하는 것은 좋으나 그 돈이 미국으로 건너오지 않게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이같은 개방경제 아래서 일어난

멕시코 사태가 아직도 자본이동에 제약이 있고 외국자본 의존도가 높지 않은 한국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없다.

그러나 경상수지가 쉽게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 없는 상태에서 자본.실물 시장의 개방일정을 밟아가고 있는 한국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세계은행의 동아시아지역 담당 이코노미스트 톰 글래스너는 세가지 점을 지적한다.

“금융 구조를 탄탄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한국의 금융기관들은 국제 경쟁에 노출돼 경쟁을 해야한다.또 평가절하의 속도 조절이 중요하며 특히 장기외국자본.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면서 포트폴리오 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아야한

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특히 우리가 주목할 대목이다.

멕시코는 완전개방아래서 단기자본의 급격한 이동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이후 직접투자를 중심으로 한 외국자본 유치등으로 비교적 손쉽게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부진한 주된 이유는 고질적인 고비용구조 때문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쌓이는 경상적자를 멕시코와 같은 방법으로 메우기 힘들다.

이처럼 고비용구조 개선은 우리의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개방경제 아래서 들락거릴 외국자본의 관리를 위해서도 가장 시급한 일이다.

멕시코 사태 이후 여러 전문가들이 내린 처방은 대부분 일치한다.

예컨대 세바스천 에드워즈 교수는 ▶수출경쟁력 회복▶국내저축 증대▶기반시설 확충▶국가역할의 재정립▶노동시장 개혁▶교육 개혁등을 강조한다.

중남미와 한국은 저축률.교육수준.빈부격차등에서 물론 큰 차이가 있다.그러나 최근 저축률이 낮아지고 소비가 늘며 노동시장의 경직성,기반시설의 부족,정부 역할에 대한 회의등이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에도 이와 같은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멕시코시티=김수길 특파원]

<사진설명>

외국인투자를 적극 유치하며 자국.타국 기업의 구분을 두지않는 멕시코에서는 폴크스바겐을 '멕시코차'라 하지'독일차'라고 하지 않는다.멕시코시티의 택시는 거의 다 폴크스바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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