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우는 하되 법대로 조사 - 김수한 의장 조사 검찰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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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은 김수한(金守漢)국회의장에 대한 조사 없이는 수사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다만 입법부 수장이라는 그의 권위를 존중해 대검 청사로 공개 소환하지 않고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조사키로 한 것이다.

검찰은 이미'정태수(鄭泰守) 리스트'수사 착수 당시 조사 대상 정치인의 수를'현역 의원 20명을 포함한 33명'으로 못박으며“수사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검찰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즉 검찰은 수사 초기

부터'정태수 리스트'의 전모가 드러나면 특정 인사를 빼거나 끼워넣으려는'물타기 식'정치권의 거센 압력과 로비가 쏟아질 상황을 예견하고 물러설 수 없는 배수의 진을 치고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일부 여권에선 金의장이'리스트'에 포함됐다는 언론보도가 연일 계속되자“국회의장 조사를 기정 사실화하려는 검찰의 언론 플레이”라는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수사 관계자들은“金의장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선 다른 의원 1명을 金의장 대신 소환 조사하는 방법밖에 없다.그럴 경우 국민과 언론이 이를 눈감아주겠느냐”며 상부에 조사 불가피성을 역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현직 대통령

을 제외하고는 국회의장이라 할지라도 형사 소추를 면할 근거가 없는 만큼 최소한의 예우는 모르되 조사 자체는'법대로'하자는 인식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한보사건으로 수사 책임자와 법무장관까지 경질되는 치욕을 당한 검찰 입장 저변에는“우리만 죽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도 깔려 있었다.한 수사 관계자는“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의 행위가 범죄구성 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조사하라

는 것은 국회특위의 요구였다”면서“그럼에도 수사가 본격화하자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음모' '+α'운운하며 수사를 축소하려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권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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