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빛보는 단순기능 DSP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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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가 20년전 개발한 구세대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서(DSP)칩으로 새 시장 개척에 나섰다.

DSP칩은 전자기기의 영상.음성 장치나 컴퓨터 하드디스크.통신 등에 사용하는 반도체칩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칩이 다양한 작업을 처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반면 DPS는 한 기기에서 한 가지 작업만을 처리하는 제한적 기능을 갖는 구세대 칩이다.

77년 개발 이후 오랫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DSP칩은 최근 컴퓨터 통신이 급속히 발달하고 진공청소기.자동차 파워핸들등 쓰임새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금년 시장규모는 30억달러(약 2조7천억원)수준.그러나 2001년에는 4배 이상 늘어난 1백20억달러(약 10조8천억원)나 될 전망이다. <그래프 참조>

이에 주목한 TI는 DSP를 통해 새로운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것.

그러나 DSP같은 구식 칩에 투자를 하기까지 많은 곡절이 있었다.DSP 개발 이후 TI는 오랫동안 판매에 애썼지만 개발 10년째인 86년에도 판매는 고작 6백만달러(약 54억)에 불과했다.TI는 시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고 그

후 DSP는 거의 잊혀진 존재가 됐다.

그러나 IC집적회로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휴대용 계산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을 처음 개발했어도 늘 경쟁자들에게 1위를 빼앗겨왔던 TI입장에서'1등을 할 수 있는'제품이 필요했다.

마침 시장 전망이 밝아지고 있던 DSP가 물망에 올랐고 20억달러(약 1조8천억원)를 들여 댈러스에 공장을 건설했다.

더구나 지난해 TI의 주력상품중 하나인 메모리반도체의 가격이 80%나 하락하고 당시 제리 정킨스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등 악재가 겹쳐 DSP를 통한 재기노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TI는 지난 1월 장난감 부문을 매각했으며 방위산업및 노트북 컴퓨터 사업도 매각할 예정.대신 DSP생산업체 2개를 합병해 본격적인 DSP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같은 변신노력으로 월스트리트에서 TI의 주가는 금년초에 비해 20%나 상승했다.

현재 TI의 DSP시장 점유율은 45%로 2위인 루센트 테크놀로지(29%)나 3위 아날로그 디바이스(11%)보다 상당히 앞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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