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문화>2. 프랑스 알자스 로렌지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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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프랑스 동부 알자스 로렌 지방.라인강과 자르산지를 경계로 독일과 맞닿은 이 지역의 음식에는 역사와 문화교류의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알자스의 음식문화는 독일에 가깝다.족발에 생강.향초등을 넣고 푹 삶아 물컹한 느낌이 드는 특산 요리'악세'는 바로 독일을 대표하는 슈바인 학세(돼지족발)가 아닌가.95년 베를린영화제에 참석했다 음식 때문에 고생하던 임권택 감독이 먹어보고 기뻐했을 만큼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다.

알자스에서 흔한 슈크루트는 양배추를 길게 썰어 흰포도주나 식초에 향초를 넣어 삶거나 약간 발효시킨 것이다.독일 국민음식인 자우어크라우트와 똑같다.여기에 모듬 소시지와 햄을 얹어 요리로 내놓기도 하는데 독일의 뉘른베르크식 소시지가 들어가야 고급 취급을 받는다.

향긋하고 단맛이 약간 감도는 알자스 포도주는 붉은 포도주로 유명한 프랑스에서 군계일학격으로 흰 포도주다.라인강 건너 독일 백포도주와 같은 계열이다.

포도주의 나라 프랑스가 수출하는 유일한 맥주인'크로넹부르 1664'는 스트라스부르의 북쪽 작은 마을 크로넹부르가 원산지.쓰고 맑은 맛이 강조되는 독일맥주의'바로 그 맛'이다.

프랑스 전역에 랄자스(L'Alsace)라는 이름의 체인식당이 있어'프랑스의 지방요리'인 알자스 음식을 즐길 수 있다.프랑스인에게 이것은 결코 외국음식이 아닌 것이다.

이 땅은 중등 교과서에 실린 알퐁스 도데의 소설'마지막 수업'의 배경이라 한국인에게도 이름이 낯익다.1871년 보불전쟁후 독일땅이 되면서 프랑스어 수업을 금지당한 소년의 서글픈 이야기.하지만 사실 이 땅은 프랑스의 독도가 아니다.

영유권 분쟁은 중세초부터 시작됐으며 루이14세때 프랑스에 편입됐다.당시 많은 주민들은 독일어를 사용했다.프랑스는 이 말을'프랑스어의 알자스 사투리'라고 했는데 지금도 쓰는 사람이 있다.

메츠.스트라스부르.크로넹부르등 지명에서도 독일냄새가 물씬 난다.부르(bourg)는 독일어 '부르크'의 프랑스식 발음.독일 문호 괴테가 스트라스부르대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트라스부르는 육군사관학교가 위치한 곳이며 국가인'라 마르세예즈'의 탄생지로 프랑스의 애국심과도 관련이 깊은 도시다.

보불전쟁부터 1차대전 종전때까지와 2차대전중 독일령이 된 바 있다.때문에 할아버지는 1차대전때 독일군으로,아버지는 2차대전때 프랑스 레지스탕스로 각기 전사한 기막힌 사연이 지금도 입에 오르내린다.

전쟁과 외교전에 경제전까지 겹쳐 감정이 좋을 수 없는 프랑스와 독일이지만 지금 이 문제로 다투기는 커녕 되레 친선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스트라스부르의 중심가인 콜베르 광장과 구텐베르크 광장 사이의 작은 골목식당가.여기서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과 독일의 헬무트 콜총리가 함께 알자스 음식을 먹으며 양국의 우애를 다졌다.

'프랑스 땅'인 알자스는 유럽통합의 두 맹주인 프랑스와 독일의 공통분모라는 것이다.그래서 스트라스부르에는 문화통합을 주도하는 유럽의회가 자리잡은 것인가.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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