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건강] 스트레스 그때그때 풀고 종합 비타민제 매일 먹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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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임기가 보장된 새로운 직장에 65세에 들어감. 연임이 관례이므로 75세까지는 현역으로 남을 가능성 높음. 단 1년에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야 하는 격무에도 끄덕없이 버텨야 함. 정년을 앞둔 서울대 의대 신영수(65·사진) 교수의 ‘행복한’ 미션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치열한 선거전에서 신승, 내년 2월부터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기구 사무처장으로 일하게 된다. 국제기구의 지역 수장으로선 늦은 나이다. 그러나 자신만만하다. 자신의 건강을 믿어서다.

건강비결은 의외로 심플했다. 나이 들어서 종합 비타민제를 매일 복용하는 것 외엔 특별한 것이 없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스트레스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커져요. 암·고혈압·당뇨병·심장병 등의 발병 요인 중에서 스트레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이라고 믿습니다. 장년 이후에 직장을 옮긴 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암·당뇨병에 걸린 동료를 여럿 봤어요.”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고 살 수는 없으며 그때그때 풀어버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그는 충고한다. 나쁜 일은 빨리 잊어버리고 위기에 봉착하면 실망·좌절·한숨보다 해결방안부터 먼저 생각하는 것이 스트레스 완화법이라는 것. 가끔 화를 벌컥 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지만 상대방이 자신의 분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조심스럽단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부하 직원에게 옮기는 것은 특히 CEO 등 관리자에게 권할 만한 스트레스 해소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준 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단다.

“저는 늘 바쁜 사람입니다. 잠시도 현상에 머물러 있지 않으려 하죠. 어디 가든지 요란스럽게 먼지를 많이 내고 다닌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예요. 이는 조직은 물론 제 건강에도 유익해요. 벌써 서태평양지역기구 본부에 가서 사전 브리핑을 받고 왔습니다. 국제기구에 불필요한 ‘관료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식 부임하면 직원들에게 WHO는 세계인에게 봉사하는 조직이란 사실을 일깨우는 일부터 시작할 거예요.”

잘 먹고 잘 마시는 것도 그의 건강 비법이다. “주량은 잘 모르지만 기분 나면 소주 1병 반은 마십니다. 사회생활에서 스킨십이 중요하다고 여겨 금주는 생각 안 해봤어요. 그러나 건강을 위해 금연은 꼭 실천해야 합니다. 저는 금연한 지 35년이 넘었어요. 담배를 계속 피웠다면 건강을 해쳐 오늘 같은 기회를 갖지 못했을 거예요.”

운동은 짬나는 대로 한다. 5층까지는 반드시 계단으로 걸어 올라간다. 헬스클럽에 가서 한 번에 30분씩(매주 3번) 걷는 것만으로도 건강 유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겨울에 감기도 잘 안 걸려요. 항상 바짝 긴장하고 살아서 아플 틈이 없습니다. 키가 1m76㎝인데 최근 체중이 약간 늘어났어요(77㎏). 며칠 전에 건강진단을 받았는데 혈당(96)과 콜레스테롤 수치(170)는 정상이었어요. 혈압이 약간 높아서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 중이에요. 덕분에 82/125㎜Hg를 유지하고 있어요.”

차기 WHO 지역 수장으로서 취임 뒤 어떤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인지 물었다. “국내 지자체 50곳이 헬스시티(건강도시)를 내세우고 있어요. 긍정적인 일이라고 봅니다. 지역사회가 주민 건강에 관심을 가지면 그 효과가 상당하리라고 믿기 때문이죠. 우리나라가 헬스시티 세계대회를 유치하면 성의껏 도울 겁니다 .”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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