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도시개발도 민간주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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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재개발지역 4백%,분당 1백70%,반포 90%…'.우리나라 주택단지 용적률은 이렇게 천차만별이다.그렇다면 미니신도시는 어떨까.

'분당만큼'이라는 대답이 많다.전문가들은 최근 정부가 내세운 미니신도시 정책을 결국은 수도권에 고층아파트군(群)14개를 더 만드는 수단쯤으로 본다.특히 개발주체로 토지공사가 부각되면서 이런 추측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토공의 신도시 개발수법-일단 땅을 한꺼번에 사들여 산을 깎고 분지를 높여'비싼 땅'을 만들어 되파는 수법-은 이미 악명이 있다.자연을 인공(人工)으로 훼손하면서 개발비용을 붙여 땅값을 올린다는 비난,조성한 땅을 가능한 한 빨리 팔

려고 정부와 함께 건설회사의 수익성 보장을 위한 고밀.고층개발을 주도한다는 비난도 있다.

때문에 토공이 개발할 미니신도시의 모습을 우려한다.전문가들은'미니'라는 명칭만 더 붙였을 뿐 개발수법은 여전할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고 있다.

더구나 미니신도시는 위치도 적절치 않다.서울에서 훨씬 멀리 단지 땅만 있고 쌀 뿐 일자리는 전혀 없는 곳이 위치다.이 곳에 지은 고층아파트를 누가 사겠는가.'미니'라서 적절한 편의시설.교육환경을 만들 형편은 아니고,서울 가는 대량교통수단은 경제성 때문에 더더욱 엄두를 못낼 처지다.

별수 없이 투기를 부추길게 아닌가.또 산업동맥인 경부고속도로를 신도시에 무료로 내주는 우(愚)를 범하지는 않을까.서울 의존도를 강화해야 아파트가 팔릴테니 이번에는 훨씬 약효가 센 묘책을 고안해낼지도 모를 일이다.

언제까지 그럴 것인가.한참 억제하던 수도권개발을'주택부족을 핑계로 지자체의 세력확대 욕구에 맞춰 토공도 돈벌이를 하며 일부 주민에겐 불로소득을 안기는 대책'한방으로 날리는 식이다.수도권을 이렇게 키우면 지방도시는 위축돼 서서히 몰

락해 간다.정부는 별수 없이 또 수도권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지난 30년동안 우리나라 도시정책은 이같은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

한번 민간에 맡기는 방법은 어떨까.토공은 미니신도시에 일자리를 절대 만들 수 없다는 점에 착안한 발상이다.일자리는 기업이 갖고 있다.이를 미니신도시에 옮길 기업을 골라 상당한 특혜를 직접 주는 방안이다.정부는 도시를 자연조건을 활

용해 별로 뜯지 않고,또 급하고 과다하게 만들지도 않도록 지침을 기업에 주기만 하면 된다.

특히 대기업 기능을 옮기는데 특혜를 주자.그러면 중소기업도 따라가고,서울 의존도를 더욱 줄일 수 있다.지금까지 기업이 만든 도시는 모두 성공했다.기업에 주는 혜택을 두려워 말고 장래를 보며 도시를 가꿔가자.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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