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1조3천억 증발 自認 - 實투자액 밝힌 비서실 문서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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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보그룹은 당진 제철소의 냉연공장 건설비용을 실제보다 4천71억원 부풀리는등 전체 투자금액을 실제보다 1조2천9백26억원 부풀려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왔음이 그룹 비서실의 기밀 문서에서 드러났다. 〈표 참조〉

한보그룹은 올해 1월초 정보근(鄭譜根)회장이 청와대경제수석실및 거래은행에 추가 자금지원을 요청할 당시 총 투자 규모가 4조9천9백77억원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비서실 문건엔 투자 규모를 3조7천51억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관계기사 3,23면〉

예병석(芮炳錫)한보그룹 재정본부 차장이 검찰조사에서“실제 투자 규모는 3조8천억원쯤”이라고 진술한 사실은 있으나 개별 항목및 전체적인 비자금 조성규모가 내부 문건(文件)을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회의 이상수(李相洙)의원은 6일“한보그룹 관계자로부터 5차에 걸쳐 재조정된'한보철강공업의 당진제철소 투자계획(최종)'이라는 명세서를 제보받아 검증한 결과 냉연.제선.열연등 총 9개 분야의 발표수치가 모두 허위임이 드러났다”고 밝혔다.李의원은“특히 검찰은 수사 중간발표에서 한보의 비자금중 상당액수가 금융비용으로 지출됐다고 발표했으나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비용은 대부분 투자 액수에 포함돼 있다”며“증발한 1조3천억원은 대부분 로비자금과 개인용도의 지출에

충당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는 7일 정태수(鄭泰守)총회장에 대한 청문회에서 1조3천억원의 용처(用處)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한보 관계자들은 비자금 조성과 관련,“鄭총회장이 95년이후 수차례에 걸쳐 그룹 경영기획팀과 한보철강 자금부 실무자들에게 투자비의 조작을 지시했으며 그때마다 실무자들은 무조건 15~20%를 올려 계상하는등의 수법으로 허위 자료를 만들어냈다”고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보는 특히 鄭총회장의 구속이후에도 그룹부회장인 4남 한근(澣根)씨를 중심으로 진상은폐를 시도해와 현재까지도 정확한 진상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李의원은 주장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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