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병규 "5월만 같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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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서 관우가 탔던 적토마는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명마다. 폭발적인 스피드에 소속팀의 상징색인 빨간색까지 프로야구 LG의 간판스타 이병규(30.사진)야말로 적토마다.

지난해 5월 말 경기 중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 이후 오랜 슬럼프에 빠졌던 그가 돌아왔다. 올 시즌 개막 후 첫 두 달간 이병규는 극과 극을 오갔다. 4월은 잔인했고, 5월은 달콤했다. 4월에는 타율 0.207로 극심한 슬럼프를 겪더니 5월 한 달은 타율 0.400으로 월간 타격 1위를 차지하며 펄펄 날았다. 지난달 30일 대전 한화전에서 기록행진이 멈추긴 했으나 25게임 연속 안타도 기록, 시즌 타율을 0.305로 끌어올렸다.

'메이 킹(May King)'의 출발은 톱 타자 변신에서 비롯됐다. 부상으로 빠진 박경수를 대신해 지난달 1일 군산 기아전부터 1번 타자로 나섰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황병일 수석코치는 "어떤 공도 때려내는 재주와 빠른 발, 찬스를 만드는 감각을 모두 갖춘 이병규는 부담이 큰 중심타선보다 1번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적토마가 5월의 질주를 시작하자 팀 성적도 함께 탄력을 받았다. 31일 현재 단독 2위로 선두 현대에 네 게임차로 따라붙었다.

이병규의 부활은 '기다림'이었다. 겨울 캠프에서 타격지도와 심리상담까지 도맡았던 황 코치는 "올해 주장을 맡아 책임감이 커지면서 그동안 자기만 생각했던 마인드가 달라졌다. 기다릴 줄도 알고, 욕심을 버릴 줄도 알게 됐다"고 말한다. 타석에서도 초구부터 마구 공략하던 스타일에서 벗어나 자기가 좋아하는 공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예전처럼 투구를 미리 판단, 오른쪽 어깨를 빨리 열어버리는 나쁜 습관이 자연히 고쳐졌다.

구경백 iTV 해설위원은 "이병규가 올 시즌 때린 57개의 안타 중 좌익수 쪽으로 밀어친 타구가 30개(53%)로 가장 많았다. 가운데가 12개(21%), 오른쪽이 15개(26%)다. 욕심을 버리고 타격에 나선 때문이다. 부상도 겪었고, 팀 분위기도 바뀌면서 마음가짐이 바뀐 것 같다"고 해석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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