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쪼개 적대적 M&A 못하게 외국인 범위 확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사실상 하나의 펀드이면서 마치 여러 개의 펀드인 것처럼 위장해 국내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외국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 또 정부가 외국계 펀드나 투자자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 조사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3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최태원 SK 회장과 만나 "'외국인 1인'의 개념에 가족이나 해당 외국인이 사실상 지배하는 법인 등을 포함시키도록 공정거래법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서로 연관성이 있는 외국계 펀드의 지분 합계가 10%가 넘는 기업에 대해서는 국내기업이 출자총액제한을 받지 않고 추가로 출자할 수 있다. 경영권 위협을 받는 기업의 계열사들이 해당 기업의 지분을 제한 없이 사들여 외국인에게 대항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당초 공정위가 내놓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외국인 1인'의 개념을 외국인 본인과 외국인 투자기업의 해외 모기업, 그 모기업과 자본출자 관계가 있는 기업으로만 국한했었다.

강 위원장은 또 "외국 투자자들이 하나의 집단인지 아닌지를 정부가 나서서 조사해달라"는 최 회장의 요청에 "관계부처와 함께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SK는 잠재적인 경영권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SK㈜ 지분을 14.99% 갖고 있는 소버린 자산운용이 지분을 10% 미만으로 낮추면서 나머지 지분을 위장분산하면 SK㈜는 출자규제를 받아 경영권 방어가 어렵게 돼 있다. 공정거래법이 바뀌면 SK㈜는 최 회장과 SK그룹 계열사들의 소유지분 17.57%를 모두 행사하는 것은 물론 추가 출자로 대항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날 회동 후 최 회장은 "정부의 시장개혁에 발맞춰 나가겠다"며 "이사회에 권한을 넘기는 일을 몇 년 전부터 하려 했으나 최근에야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3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만난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