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남자의 아이 임신 숨긴 채 결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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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채 결혼한 여성이 아이를 낳은 뒤 이 사실이 드러나 혼인을 취소당하고 거액의 위자료까지 물게 됐다.

김모씨는 대학 재학 중이던 1998년 6월 후배 소개로 신모(26)씨를 만났다. 만난 지 두 달이 지나고부터 성관계를 한 이들은 "임신했다"는 신씨의 말에 2002년 여름께 결혼하고 2002년 11월에는 아이까지 낳았다.

그러나 아이는 자랄수록 김씨와 닮은 곳이 없었다고 한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김씨는 2003년 9월 신씨 몰래 친자 여부를 가리는 유전자 검사까지 받았다. 결과는 '친자식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때까지도 김씨는 '아이를 낳은 병원의 실수로 아이가 뒤바뀌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신씨의 유전자까지 검사해 아이가 자기 부부와 전혀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 병원의 책임을 물으려 했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를 꺼리던 신씨가 검사 직전에야 김씨에게 "당신과 교제하는 동안에도 다른 남자들을 만났으며 그들 중 일부와는 성관계도 했었다"고 고백했다. 결국 아이의 출생에 대한 의문이 밝혀졌다.

충격을 받은 김씨는 신씨와의 결혼이 무효임을 청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는 31일 "두 사람의 혼인을 취소하며 신씨는 김씨에게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신씨가 혼인 당시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해 임신한 아이가 다른 사람의 자식일 수 있었음에도 이를 숨긴 채 김씨의 아이인 것처럼 행동해 김씨와 그 가족에 정신적 고통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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