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모산 판결계기 사유지공원문제 총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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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모산 자연공원내 체육시설을 철거토록 한 서울지법의 판결(본지 4월2일자 23면 보도)을 계기로 그동안 아무 탈없이 시민들에게 쾌적한 공기를 공급해온 공원이 자칫 보상을 요구하는 토지주와 행정기관간 힘겨루기 장으로 변모될 태세다.

수십년간 공원에 묶여 개발을 금지당해온 토지주들이 이번 판결을 근거로 각자 소유권을 주장하고 출입통제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이에 서울시는 2일 미보상 공원용지에 대한 연차적인 보상계획을 밝히고 이같은'공원 대란'을 막겠다

고 나섰으나 한해 서울시예산과 맞먹는 7조5천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보상비 때문에 효율적인 대안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한정된 재원으로 어느 시점에서 어떤 방법으로 보상해줘야 할지 고민스러운 것이다.서울시내 미보상 공원용지

실태와 문제점.해결책등을 종합 점검한다.

실 태

북한산등 자연공원을 비롯,근린.어린이.묘지공원등 서울시내에서 공원으로 지정된 땅은 총 2천9백19만여평.서울시내 전체면적중 15.9%를 차지한다.하지만 서울시가 공원으로 지정만 해놓고 보상하지 않아 사유지로 남아 있는 땅은 절반가량

인 50.8%에 달한다.

문제가 된 대모산과 같은 20개 도시자연공원의 경우 미보상 실태를 따져 보면 서울시는 전체 공원면적중 40.7%인 8백7만여평에 대해 무려 20년이 넘도록 보상하지 않은'악성 장기 채무'를 지고 있는 셈이다.

서울구로구 천왕자연공원의 경우 서울시가 1백% 보상하지 않은채 공원으로 사용중이다.주거지에 근접해 일대 주민들이 즐겨찾는 은평구와 서대문구 백련근린공원의 경우 39만9천여평중 89%가 미보상 상태다.

게다가 해방이후 도시계획법은 13회,시행령은 28회,시행규칙은 43회 개정됐으며 도시계획 시설로 지정하거나 해제하는 내용의 행정관청의 고시가 6만5천8백여차례나 이뤄졌는데도 여의도 면적만한 1백6만6천여평은 지난 36년 일제치하

조선시가지계획령에 의해 공원으로 묶여 번번이 보상 계획에서 밀려났다.

총독부 고시 208호에 의해 공원으로 지정된 서대문구홍제동 산33 안산자연공원내 사유지 소유자들은 공원지정에 따른 보상비를 받아내기 위해 3대(代)에 걸쳐 구청.시청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지만“기다리라”는 답변만 들어왔다.

이에 비해 서울시조사 결과 90년 이후 6년동안 서울시내 공원이 재개발이나 학교등 공공청사 건립을 위해 77곳 27만3천여평이 해제됐으며 특히 북한산공원의 경우 92년부터 8만4천여평이 공원지도상에서 사라졌다.

이에따라 미보상 공원용지 소유자들은 조속히 보상을 해주든지 아니면 해제지역과 형평성을 맞춰 공원에서 풀어달라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문제점

지난해 9월 관악산 자락 도시자연공원내 1천여평을 무허가 자동차정비소로 사용하도록 눈감아준 관악구청 공원녹지과 공무원과 업자 9명이 경찰에 구속됐다.이같은 녹지훼손 사례는 공원으로만 지정해 놓고 공원조성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채 방치

한 미보상 사유지에 집중되고 있으며 주로 폐타이어나 쓰레기 적치등으로 빈땅으로 변한 공원용지가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다.

또 도시공원법 시행규칙에 따라 공원용지내 골프연습장을 설치할 수 있는 조항을 이용,개발에 제한을 받아온 토지주들이 관할 구청에 잇따라 골프연습장 유치신청을 내고 있으며 이에따라 현재 북한산자연공원등 9개 공원 2만7천여평에서 성업

중이다.

강동구명일.상일동 명일근린공원의 경우 92년 공원내 골프연습장을 설치했으나 골프장 이외의 미보상 토지소유자들에겐 재원이 없다는 이유로 보상하지 않아 극심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공원용지 소유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공익을 위해 보유토지를 공원으로 내놨는데도 세금감면 혜택이 적다는 것.

서울시 관계자는“종합토지세 50%감면 혜택으론 공원용지 보유 자체가 짐이 돼 토지주는 어떻게 해서든 개발이나 훼손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쉬우며 이에따라 미보상 상태로 방치할 경우 오히려 공원 훼손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강홍준 기자〉

<사진설명>

고성일씨의 승소로 자연공원내 체육시설이 철거되고 폐쇄될 위기에 직면한 구룡마을 뒤편 대모산자연공원 입구.원안은 고씨가 96년2월 대모산 입구에 세운'등산객 출입금지'안내문이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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