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울했던 김영삼 대통령 심기일전 - 李대표등 6명과 총리공관 집들이 참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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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1일 저녁 삼청동 총리공관을 찾았다.오후7시 조금 전부터 8시40분까지 만찬을 가졌다.고건(高建)총리와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대표,강경식(姜慶植)경제.권오기(權五琦)통일부총리,권영해(權寧海)안기부장,김용태(

金瑢泰)청와대비서실장등 7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金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외부에서 저녁식사를 한 것이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이홍구(李洪九).이수성(李壽成)총리시절에도 한번씩 공관에 간 적이 있고,공노명(孔魯明)외무장관때는 외교안보팀의 사기진작을 위해 한남동 외무장관공관에서

단합대회를 하기도 했다.하지만 이번 만큼은 느낌이 다르다.

명목상 이날 모임은 2일 일본 방문길에 오르는 權부총리의 환송모임이었다.지난주 청와대 의전수석실과 총리실이 잡아놓은 일정이었다.

아들(賢哲)문제가 터진뒤 金대통령은 하루 일과를 마치면 저녁에 아무도 만나지 않고 본관 집무실에서 바로 옆 숙소로 퇴청해왔다.청와대 관계자들 조차“대통령이 국정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얘기도 나왔다.

결국“아무래도 우리끼리 대통령을 모시자”는 얘기가 나온 끝에 이 날의 만찬이 이뤄졌다는 것이다.金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새 내각은 비상내각이라는 자세로 일하라”고 당부하면서도 풀 죽은 모습을 보였다는 주변의 걱정이 이

날의 만찬을 있게 했다.

한 참석자는 이 날의 분위기를“새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모임이었다”고 전했다.

高총리 내각,그리고 李대표 체제의 출범후 새 여권수뇌부의 첫 모임인 만큼 여러 의미를 가졌다는 얘기다.이를테면 高총리의 집들이를 겸한 심기일전의 단합대회 성격이었다고 했다.참석자와 그 측근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주요 화제는 역시

이날 낮 열린 여야 경제 영수회담과 한보사태등 첩첩산중으로 쌓인 현안들에 관한 것이었다.“시중 여론을 격의없이 주고받았다”는 것.

간편복 차림의 金대통령은 땅에 떨어진 민심수습에 물꼬를 텄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여느 때와 달리 밝은 표정이었다고 한다.한식에 약간의 포도주를 곁들인 만찬에서“우리가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졸라매고 분발하면 갱제(경제)를 다시 일으킬

수 있다”고 몇차례나 강조했다고 한다.

이에 高총리와 다른 손님들은“반드시 분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비장함으로 대통령의 기운을 북돋워주었다고 전해졌다.姜부총리도 경제회생을 위한 각오를 전했다.“여야 영수들이 머리를 맞댄 것에 대한 다행스러움”등이 폭넓게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분위기는 활기를 찾았다는게 참석자들의 얘기다. 〈김석현.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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