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월드] '쇼핑 천국' 북아일랜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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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구촌 소식을 중앙일보 국제부문 기자들로부터 직접 들어보는 ‘생생 월드’ 시간입니다. 오늘은 박경덕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박 기자, 안녕하십니까?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쇼핑 천국' 북아일랜드

앵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실건가요?
기자: 오늘은 영국 아일랜드 섬 북동부에 위치한 북아일랜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신교도와 구교도가 충돌하면서 지구촌의 대표적인 분쟁지역으로 꼽혔던 북아일랜드의 국경 도시가 최근 쇼핑 천국으로 변했다는 소식입니다.

앵커: 이 금융위기에 갑자기 쇼핑 천국이 됐다니 무슨 얘긴가요
기자: 좀 뜬금 없는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북아일랜드가 쇼핑 천국이 된 것도 금융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북아일랜드는 영국령으로 파운드화를 쓰는데, 최근 금융위기로 파운드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아일랜드 사람들이 대거 국경을 넘어 북아일랜드에 원정 쇼핑을 하기 위해 몰려들고 있습니다.

앵커 : 북아일랜드의 물건 값이 더 싸졌다는 말인가요?
기자 : 결국 그런 셈입니다. 아일랜드의 화폐인 유로화 가치가 치솟은 반면, 북아일랜드가 사용하는 파운드화는 폭락하면서 아일랜드 쇼핑객들은 북아일랜드에서 물건을 살 때 유로화가 30% 이상 절상된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북아일랜드 국경도시 '뉴리'로 원정 쇼핑왔다는 한 쇼핑객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뉴리에서 500유로 어치 물건을 사면 100유로를 절약하는 셈”이라고 즐거워했습니다.

유로화가 북아일랜드 '점령'

앵커 : 파운드화하면 돈 가치가 높기로 유명한 통화인데요. 도대체 얼마나 가치가 떨어졌길래 이런 상황이 나타나는 건가요
기자 : 공식 환율로만 따지면 아직까지 파운드화가 유로화보다는 더 비싼 통화로 거래됩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환전할 때 내는 수수료를 감안하면 1파운드를 내도 1유로도 받지 못하는 돈가치 역전 현상이 일어나 버린 것입니다.

앵커 :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아일랜드 사람들이 북아일랜드로 몰리고 있습니까
기자 :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최근 북아일랜드 '뉴리'의 쇼핑센터로 향하는 차량의 정체 길이가 6㎞가 넘는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보도했습니다. 또 뉴리에서 자동차로 4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아일랜드 지역에서도 네 가구 중 한 가구 꼴로 식료품을 사기 위해 국경을 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원정 쇼핑객이 몰려들면서 최근 북아일랜드 국경도시의 수퍼마켓 선반들은 깨끗하게 비워졌다고 합니다.

앵커 : 얘기를 듣다보니 요즘 엔화 강세로 일본인 관광객이 한국을 많이 찾는 것과 비슷하군요
기자 : 예 그렇습니다. 북아일랜드나 한국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이웃나라 국민들의 원정쇼핑이 그나마 몇 안되는 반가운 소식이라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앵커 : 파운드화 가치가 왜 이렇게 많이 떨어졌습니까
기자 :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업 비중이 큰 영국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이 첫번째 원인입니다. 여기에다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영국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급속히 내리고 있는 것도 파운드화 약세의 원인입니다.

앵커: 오늘은 금융위기로 갑자기 쇼핑 천국으로 변한 북아일랜드 국경도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박 기자 감사합니다.
박: 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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