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PC통신토론방>뇌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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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뇌물은 우리 사회의 여러 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그럼 우선 무엇을 뇌물이라 부르는지를 생각해 봅시다.

이경자:봉급외에 어떤 감사의 표시로 연말 연시나 명절에 떡값이란 명목으로 봉투가 추가된다면 그건 대가를 위한 것이 아닌 우리의 미풍양속인 마음 표시이며 받아서 흐뭇한 우리 식의 정의 표현이 되겠지요.하지만 떡값이라는 명목으로 사과

상자 속에 사과로 덮여진 돈다발은 사회적으로 인정할 수 없을뿐 아니라 그 돈을 받는 사람을 위험에 빠지게 하는 뇌물로 봐야 하겠지요.

양재남:뇌물이라는 매개물을 주고받음으로써 당사자 사이에는 무언의 약속이 이루어집니다.뇌물을 주는 사람은 그 대가로 무엇인가를 바라고 있으며 또한 받는 사람은 주는 사람이 불공정한 청탁을 해올 때 이를 거절하지 못하게 하는 매개물을

뇌물이라 해야 하겠지요.

박충호:부정한 이익을 얻기 위하여 직권을 가진 자에게 제공하는 물품이나 돈이라고 생각합니다.덧붙인다면 제공하는 물품보다 더 큰 이익이나 부가적인 물품을 얻고자 할때 제공되는 유형.무형의 것을 통틀어 이야기합니다.직권을 이용하여 특

별한 편의를 봐달라는 뜻으로 제공하는 부정한 금품 말입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뇌물 수수풍조는 어떤 부작용을 낳고 있을까요.

이:정치인이나 관공서의 말단직을 비롯,고위층에게 바치는 상납금은 엄밀히 뇌물이라 말할 수 있지만 받는 자와 바치는 자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정치인에게는 정치자금으로,입벌리는 부류에게는 감사의 대가로 발뺌하고 있는 것같아요.중소 기업

인이 은행에서 대출 받으려면 몇날을 찾아 다니며 은행서열에 맞는 뇌물 공세를 동원하다 보면 창업 자금 상당 부분의 몇 퍼센트를 들여야만 기업을 창업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분명히 뇌물을 원하는 분야가 있고,또 그 분야에서는 뇌

물 없이 성공할 수 없는게 우리 사회의 현실인 모양입니다.

박:뇌물은 경우에 따라 경제성장에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했지요.특히 60,70년대 경제 성장기에 자본축적을 위해 필요악이었던 적도 있기는 했어요.하지만 지금과 같이 정권유지와 정권의 재창출을 도와주고 그에 대한 보답성 특혜를 받기

위해 제공되는 뇌물들은 사회악의 반복재생산이라고 봅니다.

-뇌물을 실제로 주거나 받아본 경험이 있는지요.

김한아:저는 현재 뮤지컬 조연출을 맡고 있습니다.저희 연습실 주변 2백 이내에는 공중전화가 없는 관계로 부득이한 경우 관리실 전화를 사용하게 되는데,하다 못해 이러한 경우에도 관리자에게 점심을 산다거나 하는 뇌물성 행위가 없으면

사용하는데 무척 곤욕을 치릅니다.

박:프리랜서 프로그래머로 몇번의 경험이 있습니다.몇년 전 어떤 회사에 프로그램을 납품하고 결제가 안돼 독촉하다 주위의 충고로 담당자에게 상품권을 제공하고 바로 결제받은 적과 또 한번은 원활한 작업의 진행을 위해 도와달라고 해 회식

경비등을 어쩔 수 없이 제공한 적이 있습니다.제가 들은 이야기로는 사립학교 교원으로 임용되기 위해 몇천만원의 금품을 제공했다거나 권력을 이용해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다더군요.

-뇌물에 관련된 최근의 사건들을 보는 생각들은.

김:권력.로비,그리고 특혜.이 세가지의 악순환이라고 할 수 있겠죠.결국 이번 한보 사건도 수서 사건의 예정된 속편이라고들 하니까요.경제가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의 낡은 관행을 끊어버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입니다.

박:공직자나 정치인들이 특권을 남용하는 대가로 뇌물을 원하는 것이겠지요.뇌물은 열심히 일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편하게 큰 돈을 거머쥐고 싶다는 잘못된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봅니다.또한 우리 사회가 돈만 있으면 무

엇이든지 할 수 있는 천민자본주의의 속성을 버리지 못하는데도 원인이 있습니다.

양:뇌물거래가 발각되었을 때에는 거래된 뇌물의 액수보다 훨씬 큰 규모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침도 필요합니다.뇌물거래 자체가 결코 이익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좀더 널리 확산돼야 할 겁니다.

박:뇌물은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합니다.그러나 진정한 선의에 의해 베풀어지는 선물은 장려돼야 합니다. 이를테면 도서상품권과 같이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의 규모로 이뤄지는 선물 수수 행위는 장려돼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김:물론 일부겠지만 자신이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부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실무자로서의 압력을 행사하는 공무원들을 볼 때는 그들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빤하게 들여다 보입니다.하지만 양심과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있어 화가 날 뿐입니다.

박:관공서에서 제공되는 급행료 명목의 뇌물,기업간의 부당한 물품들은 철저히 근절돼야 합니다.정치권의 청렴과 금융권.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은 물건너간 일이 되고 말 것입니다.

<참가자>

김한아(61203:덕성여대 심리학과 2년)

이경자(leegoung:주부.38세)

양재남(yjnld0:한국통신 입사 예정자)

박충호(choongho:프리랜서 프로그래머)

진행.정리:고규홍(sky60:중앙일보 사회부 독자팀 기자)

접속망:하이텔 중앙일보 게시판(go JANEWS)

그림:이동수(glgrim: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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