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있는공간>송파동 이인홍씨집 주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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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모양은 색다르게,기능은 다양하게'.

서울송파구송파동 한양아파트 이인홍(41)씨 집 식탁은 다른 집과는 구별된다.벽에 붙은 긴 식탁과 키는 작지만 넉넉해 보이는 둥근 식탁이 한 쌍으로 돼있기 때문.굳이 두개의 식탁을 만든데는 깊은 속내가 숨어 있다.식탁을 온 가족이

함께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것.가족 모두가 자주 모이는 거실에는 텔레비전이 있어 좀처럼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는데 생각이 미친 그는 식탁이'대화 있는 가족공간'으로 적격이라고 여기게 됐다.이씨와 남편,그리고 두 자녀가 함께 식사

할 경우 모두 둥근 식탁에 내려앉지만 자녀들이 숙제나 공부를 할 경우엔 부부가 바로 긴 탁자로 올라 앉는다.

“높이의 차이가 묘하더라고요.바로 옆에 있으면 자꾸 간섭하고 일러줘야 할 것 같은데 조금 떨어져 보면 좀 더 냉정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 볼 수 있어 좋아요.”이씨의 설명이다.

초등학생인 자녀들이 잠들고 나면 식탁의 한쪽은 흡사 카페와 같은 분위기로 바뀌어 부부만의 근사한 대화공간이 된다.조명도 긴 식탁만 밝혀주는 펜던트 조명을 설치해 두고 뒤쪽으로 장식장을 마련해 술병과 술잔으로 분위기를 냈다.바쁜 사

회생활로 어느 가정이나 부부간 대화의 빈곤을 느끼게 마련이지만 이씨 부부는 이'바'에서 종종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밀린 얘기를 나누곤 한다.이곳은 또 손님맞이에도 유용한 공간이다.두 식탁을 합쳐 많게는 8명 정도가 앉을 수 있어 가

끔 이웃 주부 여러명이 찾아와도 걱정이 없다.게다가 가끔 많은 손님을 치를 때는 두 식탁을 아예 뷔페용 음식을 올려 놓는 선반으로 이용,주가를 높이기도 한다.이 곳을 직접 디자인하고 시공한 참공간 이명희(李明姬)소장은“식탁을 둘이나

만들면서도 각각의 기능을 충분히 살리고 주방이 가고 싶은 곳이 되게 한 것이 이 공간의 장점”이라며“하지만 부엌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것이 아쉬운 점”이라고 말한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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