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극우세력 기승 - 외국인 추방 내세우며 급격히 세력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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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29일 국민전선(FN)의 전당대회 개최에 맞춰 벌어진 대규모 반극우파 시위는 현재 유럽대륙에서'극우파의 기승'이 얼마만큼 심각한가를 뒤집어 말해주는 것이다.

'외국인 추방'이라는 강렬한 구호를 내세우며 급속히 세력을 키워온 프랑스 극우 국민전선의 경우 최근 반이민법 통과를 계기로 더욱 더 어깨를 우쭐하고 있다.30일 국민전선 전당대회에서 당수에 재선된 장 마리 르팽은 74년 대선때만 하

더라도 0.7%라는 극소수 지지를 얻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81년과 95년에는 15%를 득표,라이벌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국민전선은 최근의 지방 시장 보궐선거에서 잇따라 승리,'프랑스의 나치'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프랑스의 일만이 아니다.극우세력들의 득세는 극우파가 이미 대약진한 오스트리아는 물론 전후 최고의 실업률로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독일등으로 전파될 우려마저 낳고 있다.

외르크 하이더가 이끄는 오스트리아 극우 자유당은 지난해 10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대지각변동을 일으켰다.그동안 집권연정인 사회당과 국민당에 이어 다소 뒤쳐지는 제3당을 유지해왔던 자유당은 이번 선거에서 양대 정당에 득표율 2%내의

근소한 차이로 바짝 따라붙었다.자유당은 27.6%의 득표로 지난해 12월 총선때보다 무려 5.7%나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사회당의 프란츠 브라니츠키 전총리는 이 여파로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독일에서는 이달초 헤센주 지방선거에서 극우 공화당이 약간 후퇴하기는 했지만 그 뿌리는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특히 실업자가 4백70만명으로 전후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자 이를 외국인 탓으로 돌리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전체인구 8천만명중 외국인이 7백만명이나 되는 독일 정가에서는 최근 비 유럽연합(EU)출신의 외국인 취업을 제한하려는 움직

임이 가시화하고 있다.네오 나치주의자들의 외국인에 대한 폭력도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유럽의 한복판에서 일고 있는 극우 물결은 무엇보다 유럽통합의 최대 방해세력이 되고 있다.눈앞에 다가온 단일화폐'유러'의 장래가 점점 더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이는 큰 이유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베를린=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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