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반도체 시장에 ‘쌍둥이 산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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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연말을 앞두고 반도체 시장에 쌍둥이 호재가 날아들었다.

우선 D램 메모리 반도체 값이 6개월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주력제품인 DDR2 1기가짜리 값은 지난 17일 0.58달러를 찍은 뒤 이틀 만에 20.1% 뛰었다. 그러자 11월 말 잠깐 오르다 주춤한 낸드플래시 값(16기가)도 덩달아 15.8% 올랐다. 여기다 2~3개월 후 반도체 경기를 가늠하게 해주는 ‘BB(Book to Bill)율’도 23개월 만에 처음 1로 올라섰다. BB율은 반도체 회사의 수주액을 출하액으로 나눈 수치다. 이 비율이 1보다 크면 수주가 출하를 앞질렀다는 뜻이 돼 앞으로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 거라는 신호로 본다.

IBK투자증권 이기근 연구원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대형 딜러들이 물량을 미리 확보한 데다 업계 2위인 하이닉스가 감산하기로 하자 반도체 값이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 값이 오른 것보다 BB율이 1을 기록한 게 더 의미가 있다”며 “2003년 반도체 경기가 회복할 때도 BB율이 먼저 1을 웃돌았다”고 말했다.

과거 아홉 차례 반도체 경기 침체기의 경험을 감안해도 반도체 값은 바닥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증권 서도원 연구원은 “과거 반도체 경기 불황은 평균 8.4개월 끌었고 반도체 값 하락률은 고점 대비 68.6%였다”며 “이를 적용하면 이번 반도체 불황 사이클은 2009년 1월 말에 저점을 찍을 공산이 크며 1기가 D램 가격 바닥도 0.72달러 안팎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비춰보면 반도체 값은 이미 바닥을 지났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반도체 값이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전망이 많다. 이번 반도체 불황은 공급 과잉보다 수요가 크게 준 데서 비롯했기 때문이다. 푸르덴셜증권 박현 연구원은 “현재의 반도체 값 하락세는 과거와 달리 수요 감소에서 비롯됐다”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확산으로 정보기술(IT) 제품의 매출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커 반도체 업계가 감산에 나서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반도체 주가도 ‘N’자 모양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반도체 값 오름세가 연말까지는 주가에 반영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내년 1분기 반도체 회사의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확인되면 다시 하락했다가 하반기 이후 반도체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다시 오름세로 반전할 거라는 시나리오다. KTB증권 김영준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는 올 저점 대비 26%와 48% 오른 상태”라며 “내년 상반기 반도체 회사의 실적이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을 감안하면 보수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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