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 단기금리 인상 배경과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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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잘 나가는 미국경제가 '교과서'대로 길을 밟아가고 있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 금리중 하나인 FF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한 것은 7년째 이어지고 있는 안정성장기가 가능한한 더 길게 계속되도록 하고 언젠가 경기후퇴기가 닥치더라도 큰 충격이 없도록 하기 위한 '예

방조치'다.

FRB의 결정에 따라 미국에서의 차입이율이 높아지고 외환시장에서 약간의 달러강세 요인이 생기는등 얼마의 파장은 있겠지만 미국의 이번 금리인상은'국내용' 성격이 훨씬 강하다.

이번 FF금리 인상에 따라 미국 주요 은행들은 현재 8.25%인 우량기업 대출금리를 금명간 8.5%로 올리게 되며 신용카드및 주택자금이율등 미 경제전반의 단기자금금리도 따라 오르게 된다. 이로써 낮은 실업률(1월중 5.3%)과 고

성장(성장률 지난해 2.4%,올 1분기 3% 이상)이 가져올 수 있는 인플레 압력을 미리 해소시키자는 것이 연준의 의도다.지난해 3.3%였던 물가상승률은 올 2월까지 2.3%로 더 낮아졌지만 5%대의 바닥에 접근하는 실업률과 이에

따른 임금인플레 우려가 금리인상 결정을 내리게 했다.미국의 근로자임금은 최근 수년간 대규모 해고사태등 고용불안으로 안정세를 보여왔지만 장기호황이 계속되고 고용이 늘어나면서 강한 임금상승압력을 받고 있다.물론 현 상황은 '조짐'정도지

만 미리 잡아둘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연준 관계자들은 이번 금리인상의 효과가 올 연말께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이번 금리인상은 결국 '예방조치'인 셈이다.

그러나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이 지난해 12월부터 몇차례 의도적으로 금리인상을 시사한데다 낮은 실업률 통계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던 터라 막상 금리가 인상되고도 주식.금융.환율시장은 별 변동이 없었

다.다우존스 지수는 29포인트 빠지는데 그쳤고 런던은행간금리(LIBOR)나 재무부 30년채권 금리도 모두 전날 수준을 유지했다.달러가치는 다소 오름세를 보였지만 그 폭이 크지 않았다.외환시장에서도 이번 조치는 대체로 예견된 수순이었

기 때문이다.자금시장의'투명성'에 바탕을 둔 이런 점들이 더욱'교과서'적이다.

물론 연준의 이번 조치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전국제조업협회나 상공회의소등 재계는 물론 클린턴행정부와 민주당 의원들도 이번 금리인상이'과민반응'이라며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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