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5월] 이달의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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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숱한 격랑 속에서도 변함없이 세상을 지키는 초록이 더 눈부신 때다. 주위의 초록빛을 둘러보며 우리가 쓰는 시조도 저렇듯 겸손하고도 오래 가는 힘을 지녔으면 하는 마음이 새삼 간절해진다.

이달의 장원에 '개구리밥'을 뽑는다. '개구리밥'은 율격의 안정감과 삶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는 가작이다. 현대인의 유목민적 삶의 단면과 개구리밥의 이미지 교차가 조화를 잘 이루는 가운데 자신 혹은 이웃의 떠도는 삶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차상의 '등나무'는 감각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같이 보내온 작품들 역시 대상과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능숙해 습작의 시간을 짐작케 한다. 이제 일정한 수준에 오른 만큼, 작품이 대체로 소품 같은 인상을 준다는 점에 유의하면 좋을 듯 싶다.

차하의 '신용카드'는 당대를 읽으려는 노력을 평가한다. 시대의 명암을 잡아내는 자세와 형상화 노력에는 신뢰가 가지만, 표현에는 문제가 좀 있다. 2수로 줄인 것을 보면서 대상을 어떻게 녹여내는 게 압축미를 살리는지 고민하기 바란다.

이 외에도 나름의 습작이 엿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하지만 소재나 내용이 구태의연하다면 엇비슷한 작품 속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주기 어렵다. 많은 작품을 보내온 박철이, 신종범 두 분은 형식 안에서 표현과 내용을 좀더 녹여내길 기대한다. 그리고 응모자 모두에게 이 시대를 읽는 새로운 시각을 주문하고 싶다. '고시조'에서 비롯된 선입견을 넘어가야 시대와 함께하는 진정한 '현대시조'로 나아갈 것이다.

<심사위원:김영재.정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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