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난 자리’컸나 … KCC 7연패 늪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4연승 중이던 삼성과 6연패 중인 KCC의 경기였지만 마치 챔피언결정전인 양 뜨거웠다. 8900여 명의 관중이 들어와 평소 거의 비던 3층 관중석까지 빼곡히 들어찼다. 삼성-KCC전은 과거 농구 최고 이벤트였던 삼성-현대전을 계승한 새로운 라이벌전인 데다 농구계를 뜨겁게 달군 KCC의 서장훈 트레이드 파동까지 겹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KCC 강병현(右)이 삼성 이상민(中)의 돌파를 저지하고 있다. 강병현은 최근 서장훈과 트레이드돼 전자랜드에서 KCC로 옮겼다. [연합뉴스]


양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경기였다. 삼성은 올 시즌 KCC에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게다가 최근 전창진 동부 감독이 삼성과의 경기 중 작전타임에 “플레이오프에도 못 갈 팀에게 져서는 되겠느냐”고 선수들을 질책한 내용이 방송 전파를 타면서 삼성은 자존심이 부글부글 끓었다. 전 감독과 허재 KCC 감독은 친형제만큼 친하다. 삼성 안준호 감독은 ‘트레이드 파동으로 뒤숭숭한 KCC를 밟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해 보였다. KCC는 삼성보다 백배는 더 절박했다. 연패의 늪에 점점 깊이 빠지고 있는 허재 감독은 이길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정몽익 KCC 대표이사 등 그룹의 고위 관계자들도 경기장을 찾아 안타까운 심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양 팀은 경기 시작 5분 동안 한 골씩밖에 넣지 못했다. 양팀 전반 득점은 26-19로 올 시즌 최소 득점이었다. 경기의 수준은 훌륭했다. 야구의 투수전처럼 팽팽했고 죽기 살기로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수비 농구의 진수가 나왔다. 막아서지 않는 ‘공짜’ 속공은 하나도 없었고 노마크 슛도 찾기 힘들었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외국인 선수들이 제 몫을 했다. 삼성은 테렌스 레더가 27득점했고, KCC는 마이카 브랜드(20득점), 칼 미첼(24득점)이 서장훈·하승진이 빠져 헐렁해진 골밑을 누볐다. 후반 들어 삼성의 고참 강혁(13득점), 이규섭(18득점)이 힘을 냈다. 특히 이규섭은 종료 2분11초 전 3점슛으로 점수 차를 62-56으로 벌리면서 KCC를 넉아웃시키는 듯했다.

그때 서장훈의 트레이드 카드로 KCC에 온 강병현이 효자 노릇을 했다. 강병현은 허재 감독이 한때 ‘제2의 허재’로 지목한 선수다. 강병현은 4쿼터 3점슛 2방을 모두 성공시키면서 점수 차를 좁혔다. 그러나 왕년 ‘제2의 허재’로 불린 선수는 한둘이 아니다. 그들 중 진짜 허재만큼 된 선수는 하나도 없다. 강병현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못했다.

KCC는 종료 14초 전 64-64 동점을 만들었지만 운은 그게 끝이었다. 삼성 레더가 종료 3초 전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킨 반면 KCC의 마지막 슛은 빗나갔다. 허재 감독은 “수비가 좋아졌고 트레이드로 새로 온 선수들과 한 첫 경기 치곤 잘했다”며 “하승진·임재현이 돌아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위안했다.

안양 KT&G는 홈에서 최하위 부산 KTF에 고전하다 80-75로 간신히 이겼다. 서울 SK는 대구 원정에서 테런스 섀넌이 26점, 방성윤이 20점을 쏟아 부으며 크리스 다니엘스(36점)가 분전한 대구 오리온스를 83-76으로 꺾었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