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기술 中企 '빛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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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 나우밸브에서 개발한 이노밸브 제품. 황동대신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이다.

원자재를 대체하거나 아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중소기업들이 '원자재난'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최근엔 다소 주춤해졌지만 올 들어 계속된 '원자재난'속에서 원가절감을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원자재 대란으로 아우성인데도 이들 업체는 오히려 일손이 달릴 지경이다.

토목공사 전문 업체인 PS테크는 1년새 두배 가까이 값이 오른 철강재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토목공사에 사용되는 H형강(엄지말뚝)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회사 측은 이를 '엄지말뚝 인발 공법'이라 부른다. 이 공법은 건설 현장의 바닥 공사 때 기초 공사에 쓰이는 H형강을 공사가 끝난 뒤에 손쉽게 뽑아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기존에는 공사가 끝난 뒤 H형강이 콘크리트에 붙어 뽑기 힘들어 땅속에 사장되던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PS테크는 H형강이 쉽게 빠질 수 있도록 이 회사가 만든 특수 피복을 씌워 땅속에 심는 방법을 택했다. 비닐 비슷한 피복을 H형강에 씌워 말뚝으로 심으면 그 주변에 콘크리트가 붙어도 피복과 H형강 사이에 공기층이 생겨 H형강을 쉽게 뽑을 수 있다는 원리다.

이 기술로 PS테크는 최근 철강재가 없어서 못 살 정도였던 국내 시장에서'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 말 이 기술을 선보인 뒤 건설업계의 문의와 주문이 잇따라 최근까지 30여개 현장에서 시공을 했다.

이 회사 황문삼 대표는 "철강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우리 기술이 더욱 각광받고 있다"며 "연간 20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활용되는 H형강이 연간 51만여t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黃대표는 한국과 일본에 이 기술을 특허 출원한 상태다.

플라스틱 밸브를 개발한 ㈜나우밸브는 황동가격이 폭등하면서 오히려 재미를 본 경우. 액체를 저장하는 탱크에서 수량을 조절하는 데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인 밸브의 소재로는 그동안 황동 제품이 사용됐다.

하지만 구리값이 오르자 이 회사가 개발한 플라스틱 밸브가 인기를 얻게 됐다. 기존 업체들은 원자재가격 인상으로 생산량을 절반 이상 줄일 수밖에 없게 된 반면 이 회사는 기존 제품보다 10% 이상 싸게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이기환 부장은 "5월 들어 받은 주문 수량만 7만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중국 업체도 구리 가격의 오름세에 따른 원가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고, 관련 기술력은 한국보다 떨어진다고 판단, 중국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다.

플라스틱 안테나를 개발한 ㈜마이크로페이스 역시 금속류 원자재의 가격 인상이 호재가 되고 있다. 금속재료로 만든 경쟁 제품의 원가부담이 커지면서 가격 경쟁력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가격경쟁력과 함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가볍다는 제품의 장점도 구매자들에게 잘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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