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파리.밀란호 추동컬렉션 - 낭만주의 재상륙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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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우리 시대의 뉴 룩(New Look)을 찾는 실험.'

최근 막을 내린 파리.밀라노 추동 컬렉션엔 이런 의미가 부여될 법하다.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여성스러움을 극대화한'뉴룩'으로 2차대전중의 무미건조한 군복풍 패션을 밀어낸게 40년대 후반.반세기의 세월을 뛰어넘어 90년 후반의 디자이너들 역시 수년간 전세계 여성들의 옷차림을 지배해온'미니멀리즘'과의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있는 것이다.

'단순한 옷만이 아름답다'는 미니멀리즘 패션에 맞서는'무기'는 바로 로맨티시즘.6개월전 열렸던 춘하컬렉션에 이어 이번 추동컬렉션에선 낭만적이고 관능적인 여성미를 옷을 통해 구현해내려는 디자이너들의 노력이 보다 치열해졌다.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는 20년대의 상하이와 40년대 핀업 걸(벽에 꽂아둔 사진속의 미녀)에서 새로운 조류의 해법을 찾으려한듯.빨강.파랑.노랑 원색의 물결과 만다린 컬러.진주장식엔 중국의 입김이,엉덩이가 보일 만큼 짧은 치마와 새빨간 볼터치.입술에선 핀업 걸의 이미지가 그대로 묻어난다.

지방시의 알렉산더 매퀸은 몸에 꼭 끼는 가죽 원피스와 종 모양의 소매가 달린 니트드레스로,비비언 웨스트우드는 금실.은실로 짠 블라우스와 스커트로,또 조지오 아르마니는 구슬장식이 달린 실크 수트로 갈채를 받았다.

구치의 톰 포드와 샤넬의 칼 라거펠트는 각진 사각어깨의 남성적인 재킷아래 짧은 스커트를 받쳐입어 오히려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차림새를 선보이기도.

한편 패션에 대한 고정관념을 산산이 깨뜨리는'믹스 & 매치(Mix & Match)'바람은 여전해 겨울옷을 선보이는 무대에 양말과 샌들차림,훤히 비치는 쉬퐁드레스와 인조털 숄이 함께 등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각기 다른 색깔과 언어로 로맨티시즘을 풀어낸 디자이너들중 누가'90년대의 디오르'로 선택받게 될까.결과는 소비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신예리 기자〉

<사진설명>

높게 세운 만다린 컬러와 진주장식,몸에 꼭 끼는 재킷과 허벅지를 다 드러낸 미니스커트로 관능적인 여성미를 드러낸 존 갈리아노 작품. [SIPA PRESS=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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