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세금 독촉-기업들 조세저항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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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기업들에 세금납부 비상이 걸렸다.경기부진으로 매출.이익등은 뚝 떨어지고 있는데 이달말까지의 법인세,다음달 25일까지의 부가가치세등 세금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세무당국의 납세독려가 심상치않아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조세저항 가능성도 일부 우려된다.

영업실적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면 지난해보다 당연히 신고납세액은 낮아지고 그럴 경우 세무서에 밉보이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일부 세무서에선 관내 기업들의 경리담당임원들을 불러 결산서 작성때부터 세금부분을 고려해달라는'협조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세무서는 지난달말 관내 20여 중소기업 대표를 불러 성실신고를 종용하면서“어려운 것은 안다.그러나 세수 비상이 걸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남의 전자부품업체인 K사는 지난해 사실상 적자였지만 세무서 눈치 때문에 보유 부동산을 팔아 특별이익을 내는 방법까지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요식업체들도 비슷한 고민이다.서울 강남의 한 갈비집 주인은“부가가치세 납부기한이 한달도 더 남았는데도 벌써 세금을 많이 내줄 것을 요청받고 있다”며 걱정했다.

대기업들엔 부담이 더 크다.대그룹의 모 경리담당부장은 1월부터 세무서에 불려가 결산서류 작성때 납부세액을 고려해 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당한 세수차질이 예상되고 있다.1월 한달동안에만 예상보다 세금이 3천억원가량 덜 걷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불황을 감안해 세금독촉은 자제하되 대기업.호황업종,그동안 세무조사를 별로 받지 않았던 업종등을 대상으로 성실신고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윤희.김시래.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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