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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하는 '동충하초'

중앙일보

입력

이름이 별난 버섯이다. 중국에선 예부터 불로장생의 묘약으로 통했다. 진시황과 양귀비가 애용했다고 전해진다. 93세까지 산 덩샤오핑(鄧小平)이 즐겨 먹은 장수 식품이기도 하다. 1990년대 초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던 중국 마군단(당시 중국 육상 코치의 성을 딴 것)의 ''비밀 병기''였다. 이 버섯을 먹은 선수들은 피로를 남들보다 빨리 풀 수 있었고, 이것이 기록 단축의 비결이었다고 전해진다.

보통 버섯들이 흙이나 나뭇가지에서 영양을 취하는 것과는 달리 이 버섯은 동물성(곤충) 영양분을 먹고 자란다. 겨울엔 죽은 곤충의 몸에 기생하지만 여름이 되면 버섯으로 피어난다.

그래서 이름이 동충하초(冬蟲夏草)다. 겨울엔 벌레, 여름엔 풀이란 뜻이다.

이 버섯은 크기가 매우 작은 대신 종류가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만 20여종이 발견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 중 번데기 동충하초(밀리타리스)와 눈꽃 동충하초(자포니카)를 식품으로 공식 인정했다.

동충하초는 고가의 약용 버섯으로, 피로 회복.체력 증진.성기능 강화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충하초를 매일 3g씩 복용 중인 강원대 생물환경학부 성재모 교수는 이 버섯이 자신의 면역력을 높여준다고 믿는다. 가래를 없애고 감기를 예방해준다고도 한다.

이 버섯이 혈당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은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됐다(강원대 생화학과 김태웅 교수).

한방에선 동충하초를 정력제로도 처방한다. 정력.성욕.성기능을 관장하는 부위인 신장에 양기를 불어넣어 준다고 한다. 중국에서 성기능에 문제가 있는 남성 200여명에게 이 버섯을 40일간 먹여보았다. 이 중 65%가 ''성욕.성기능이 호전됐다''고 응답했다(가짜 약을 복용한 경우엔 호전율이 24%). 그러나 비아그라(발기부전 치료약)를 복용했을 때처럼 즉각적인 약효를 기대해선 안 된다.

최근 실험실 연구에선 일부 암세포(간암.직장암 세포)의 발육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중앙대 약대 이민원 교수). 이 교수는 동충하초에서 항암 성분은 코디세핀(아미노산의 일종)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에선 암에 걸린 쥐에게 동충하초를 먹인 결과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가 억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 버섯의 항암 능력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시기상조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아직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동충하초는 좌절을 겪었다. 건강기능성식품(약효를 제품에 표시할 수 있다) 후보 명단에 올랐다가 최종 선발에서 탈락한 것. 피로 회복.성기능 강화.항암 등 약성(藥性)을 인정하기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약효를 증명하는 대부분의 연구가 서구가 아닌 중국에서 실시됐다는 게 약점이 된 듯하다.

동충하초를 먹은 뒤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불량품(불순물 함유)을 복용한 뒤 납 중독이 발생한 정도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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