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이젠 동물서 뽑아내는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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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최근 들어서는 동물의 단백질을 이용한 신약 개발 움직임이 뚜렷하다. 식물에서 추출되는 약물은 주로 화학물질인 데 비해 동물에서는 약효를 지닌 단백질이 목표다. 이른바 바이오 의약품이다. 저마다의 동물은 각기 다양한 단백질을 지니고 있어 바이오 의약품은 무궁무진한 편이다.


최근 릴리가 국내에 출시한 당뇨병 치료제 ‘바이에타’는 미국 남서부 사막에서 서식하는 도마뱀(힐라 몬스터·사진)의 타액으로 만들어졌다. 이 도마뱀은 1년에 단 3∼4번, 한 끼에 자신 체중의 3분의 1에 달하는 먹이를 먹는다. 먹지 않는 기간에는 에너지를 보전하기 위해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기능을 쇠퇴시키고, 먹을 때는 다시 췌장 기능을 되살리는 특이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무언가를 먹게 되면 타액이 나오고, 이 타액 내에 췌장 기능을 되살리는 단백질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같은 단백질만을 뽑아내 바이에타라는 의약품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혈당이 높아졌을 때만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똑똑한 치료제’로 불린다.

한국릴리 신정범 부장은 “세계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전통적 의약품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생명을 앗아가는 독소도 치료제로 사용된다. 청자고둥의 일종인 코누스 마구스는 ‘코노톡신’이라는 독소를 가지고 있다. 신경독소의 일종으로 체내에 주입될 경우 심한 통증과 착시, 심할 경우 호흡곤란까지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독에서 유래한 진통제 지코노타이드는 심장 질환, 뇌졸중, 중추신경계 장애 등에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진통제로 쓰이고 있다.

뱀의 치명적인 독도 의약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방울뱀의 독이 혈액 응고를 용해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의약품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 뱀의 독에서 추출한 바이프리넥스라는 단백질 의약품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를 밟고 있다.

국내에서도 단백질 의약품 연구가 활발하다. 최근 아주대 의대 세포치료센터 민병헌 교수팀은 돼지의 연골세포를 외부에서 대량으로 배양한 다음 이들 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과 당단백 등을 여러 가지 형태로 붙여 관절연골 재생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생체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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