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당선 땐 동맹 우선주의로 복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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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결정된 존 케리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27일 미국의 외교는 일방적인 무력행사보다 설득과 국제적인 협력을 중시하는 전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리 후보는 이날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자신의 외교 안보정책 구상을 발표하면서 "미국은 혼자 갈 수 없으며 극소수의 동맹에만 의존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의 오랜 외교적 전통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케리의 이 같은 입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미국은 필요에 따라 선제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면서 선언했던 일방주의 외교(unilateralism)를 철폐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동맹 우선주의=케리 후보는 "부시 대통령은 외교를 해야 할 때 힘을 앞세웠고, 설득을 해야 할 때 협박을 했으며, 함께 가야 할 때 혼자 갔다"고 비난하면서 "이런 정책들이 미국을 더 어렵고 위험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다시 남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세계의 요구가 있다"면서 "미국의 힘은 존경심에서 나오며 미국을 다시 미국답게 만들기 위해 출마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수세기 동안 어려울 때나 승리할 때 미국을 지켜온 기본 원칙인 동맹 우선주의로 복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미국의 동맹이 자유.승리와 생존의 추진력이 됐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고하면서 "그 당시 우리는 동맹국들에 주먹이 아니라 손을 내밀었으며 우리는 세계를 존경했고, 세계는 미국을 존경했다"고 지적했다. 또 공화당 출신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을 인용하면서 "큰 몽둥이를 갖고 있되 발걸음을 부드럽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감군= 케리 후보는 "우리가 이라크 주둔 미군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을 빼내는 동안에 북한은 진짜 핵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케리 후보는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결국 전세계를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주한미군의 감군을 사례로 든 것이다. 케리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될 경우 북한과 직접 대화를 통해 북핵 사태를 담판지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4대 외교원칙=케리 후보는 동맹 우선주의로의 복귀와 더불어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력 첨단화 ▶국가 안보를 위해 외교.정보.경제력 및 미국의 가치와 이념 동원 ▶중동 석유에 대한 의존 탈피를 자신의 4대 외교안보 원칙이라고 밝혔다.

테러리즘에 대처하기 위해 군사력을 첨단화하면서도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 있어 외교와 경제적인 접근도 병행하고, 또 미국이 주창하는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소프트 파워(soft power)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케리 후보는 특히 앞으로 10년간 신기술과 대체 연료 개발에 주력해 중동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케리의 이번 발표는 "민주당의 외교정책이 공화당과 뭐가 다르냐"는 지적에 따라 차별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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