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19C 오페라를 양분한 바그너와 베르디 맞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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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19세기 유럽 오페라계를 양분했던 바그너와 베르디가 서울에서 맞대결을 벌인다.콘서트 형식의 바그너축제(20~21일 예술의 전당)와 베르디의'오셀로'(27일 KBS홀,28일 예술의전당)공연을 통해 오페라팬들은 두 거장의 음악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됐다.

바그너축제에서는 로린 마젤이 편곡한'니벨룽의 반지'관현악 하이라이트에 이어'반지'4부작중'발퀴레'제1막이 무대장치와 의상없이 연주된다.한스 발라트(68)의 지휘로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단원 20여명과 KBS 교향악단

단원들이 반주를 맡고 소프라노 안나 토모바 신토,테너 르네 콜로,베이스 강병운(서울대교수)등이 독창자로 나선다.이 작품은 작곡자가 특별히 고안한 4종의 바그너 튜바를 사용하도록 요구하고 있어'외인 부대'의 대부분이 관악기 연주자다.

1876년 바그너가 자신의 음악적 이상을 펼치기 위해 설계한 바이로이트 축제극장 개막작품으로 초연된'반지'는 바그너가 직접 대본을 쓰고 25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라인의 황금''발퀴레''지그프리트''신들의 황혼'등 전곡연주에 1

6시간이 소요돼 나흘동안 4시간씩 나누어 연주되는게 보통이다.한편 베르디의'오셀로'는 정명훈(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씨가 음악감독 계약을 앞두고 있는 KBS교향악단과 무대에 올리는 첫 작품.지난해 4월 로마 올림

픽극장에서 오셀로역을 맡았던 테너 김남두(39)의 국내 데뷔무대를 겸한 공연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소프라노 김영미(데스데모나역),바리톤 고성현(이아고역),테너 김상곤(카시오역)과 서울시립합창단이 함께 출연한다.

테너 김남두는 전주대를 졸업하고 안양시립합창단원을 거쳐 92년 35세의

만학도로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랐다.아퀼라 음악원에서 성악수업에 몰두한

그는 마침내 하이 C#까지 올라가는 스핀토 드라마티코 테너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지난해

10월 프랑스 디종오페라에서 베르디의'아이다'에 출연한 그는 오는 6월

김자경오페라단의'아이다'공연에서 라다메스역을,10월

디종오페라의'가면무도회'에서 구스타프 3세 역을 맡을 예정이다.

베르디는 같은 해에 태어난 바그너보다 18년 더 오래 살았다.베르디는

바그너의 음악을 높이 평가,그의 죽음을 애도했으나 바그너는 베르디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했다.베르디가'오셀로'에서 바그너를 의식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관현악보

다 가수의 활약에 비중을 두었다.또 신화와 전설의 세계에 탐닉한

바그너의'반지'와는 달리 인간 내면의 심리적 갈등을 부각시켰다.

베르디의'리골레토''라 트라비아타''아이다'등은 전세계 오페라극장의

단골 레퍼토리로 자리잡은지 오래지만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담아

히틀러의 총애를 받았던 바그너의 음악극은 2차대전 이후 영미권에서는

자주 상연되지 않았다.지금도

그의 음악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놓고 찬반양론이 분분한 가운데 바그너의

증손녀 에바 바그너 파스키에가 예술고문으로 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은 오는 29일부터 5월10일까지'반지'4부작 전곡상연에

돌입한다.제임스 레바인이 지휘

를 맡고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발퀴레'중 지그문트역)와 소프라노

홍혜경('라인의 황금'중 프레이야역)등이 출연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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