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예술원' 개원 원로성우 고은정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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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김지미.엄앵란에서 정윤희까지 우리 여배우의 영화속 목소리를 도맡다시피한 성우 고은정(62.사진).이제 그의 목소리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여전히'고은정'이라는 이름은 한국의 대표적인 성우로 우리 가슴 속에 남아 있다.

최근엔 본업인 성우보다 시나리오 작가.대학강사로 활발히 활동해 온 그의 이름 뒤에 또 하나의 직함이 붙게 됐다.

14일 서울서초구서초동에'고은정 언어예술원'(586-0201)을 개원한 것.

“평생토록 말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다보니 공허하다고 느낀 순간이 많았습니다.그때마다 제가 가진 재능을 사회에 환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언어예술원 개원에 대해 “우리말의 질을 높이고 정확한 언어를 구사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라고 말한다.

물론 성우.내레이터.리포터 과정도 개설돼 있어 후진양성에도 힘쓰지만 이보다는 일반인에게 실습을 통해 대화법.언어예절을 가르치는 파워 스피치 프로그램,시낭송 과정,주부.어린이를 위한 강좌등에 중점을 두었다.

54년 KBS방송극회 1기로 성우활동을 시작한 그는 40여년간 성우생활을 해오면서 구어(口語)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모음의 구분이 없어지는등 우리말이 많이 변질됐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특히 사투리의 영향으로'ㅐ'와'ㅔ'의 발음구분은 거의 없어졌고,'ㅘ'와'ㅏ'의 구분도 많이 퇴색해 1백년 뒤면 우리말의 모음은 절반으로 줄어들지 모른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자기 나라 언어를 아름답고 올바르게 사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는 문어(文語)위주의 국어교육을 하다보니 표준어 구사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같다”며“바른 말을 사용하는 것은 정서순화에도

큰 도움이 되며 나아가 사회를 변하게 한다”고 강조한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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