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보-현철 수렁 탈출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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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보사건으로 인한 개각과 당직개편이 끝났다.당정이 개편됐다고 한보사건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오히려 김현철(金賢哲)씨의 국정문란 행위가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와 의혹과 불신만 깊어가고 있다.그렇지 않아도 임기말의 권력누수현상까지 겹

쳐 공직자들의 기강은 무너지고,사회는 온통 비리폭로에 휘말려 제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온힘을 쏟아도 경제살리기가 어려울판에 이런 식으로 몇개월째 허우적거리고 있다.대학도 새학기가 시작돼 한보문제가 어떤 식으로

파급될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제 당정이 정비됐으니 무엇보다 먼저 한보-현철 의혹사건을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이 문제를 더 이상 질질 끌다가는 우리사회가 총체적으로 주저앉을지 모른다.얕은 술책이나 변명으로 국면을 넘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정면의 당당한 접

근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한 다각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뇌물을 받았느냐 여부만 수사하는 검찰의 단선적인 방식으로는 이제 안된다.

첫째,국회 국정조사가 빨리 시작돼야 한다.여당이 현철씨의 증인채택에 주저해선 안된다.감싸줄 단계는 이미 지났다.한보배후.국정개입사례 등 그가 핵심인물로 부상했다.임시국회가 18일 끝나기 전에 국정조사계획서에 합의해 이번 사건의 법

률적.정치적.도덕적 차원의 모든 문제를 걸러야 한다.

둘째,정부도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감사원.총리실 등 자체 감사.사정기관을 총동원해 한보철강의 허가에서 금융지원에 이르기까지의 정책결정의 문제점,현철씨의 국정개입.정보유출.인사개입문제 등에 대한 위법.부당성 여부에 대한 철저한 감

사를 벌여야 한다.

셋째,검찰도 원점에서부터 다시 철저한 재수사에 들어가야 한다.새로운 증거와 혐의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고,지난번 수사 결과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컸는지 검찰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이러한 총제적인 접근 결과에 따라 처벌할 사람은 처벌하고,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지워야 한다.이래야만 한보-현철수렁에서 탈출할 수 있고,새출발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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