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세상보기>잠 못이루는 두 정치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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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잠 못 이루는 두 명의 정치인'에 대해 그 원인과 처방을 충고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두 명의 정치인은 정치 9단이라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이제야 비로소 진짜로 정치에 입문한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 신임 대표.

먼저 金대통령의 잠 못 이루는 사연을 들어보자.

“김영삼대통령은 요즘 차남 현철(賢哲)씨 문제로 잠 못 이루는 밤이 많다고 한다.金대통령은 한보(韓寶)수사가 마무리된 뒤 수그러들던 정국상황이 다시 현철씨의 각종 인사개입설로 들끓자 비통한 심경으로 심한 가슴앓이를 겪고 있다는 것.

한 측근은 金대통령의 침울하고 허탈한 모습은 보기에도 안타까울 정도라고 말했다.”(연합통신 3월 12일 보도)

다음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의 경우.

그의 불면증은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막중한 임무를 맡은 것을 생각하면 어디 잠이 오겠느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그가 새 대표자리를 맡으면서 중압감(重壓感)을 느낀다고 말한 것이 그 증거.그의 조기 부상(浮上)에 대한 각계의 반응

을 종합하면 앞으로 부닥칠 시련이 예상된다.

“李대표는 마침내 정치권과 국민의 검증이라는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그로서는 기회인 동시에 위기를 맞은 셈이다.한보문제와 현철씨 문제를 다루는 솜씨를 보겠다.그는 정치적 검증 과정에서 상처를 입고 대선(大選)후보의 길에서 멀어 질

수도 있다.”

이렇게 엄중한 논평을 받게 된 李대표가 잠이 제대로 올리가 있나.그러면 불면증의 증세와 치료방법은? 한방(韓方)에선'생각을 너무 깊게 해 기가 뭉치거나,비위(脾胃)가 상해 가슴이 답답하고 큰 한숨을 잘 내쉬게 되는 것'이 불면증의

한 증세라고 설명한다.두 분을 아끼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처방을 들어 보자.

“잠은 우리 인생의 절반을 훔치는 도둑입니다.구태여 잠을 청하지 말고 신체의 자연 리듬에 맡기세요.”

“근심을 쫓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인내와 용기입니다.”

“어차피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세요.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현철씨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 보세요.적극적으로 대처해 국민의 의혹을 불식하세요.'죽기를 각오하면 살 수 있다'라는 말이 있잖습니까.”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세요.문민정부 4년 동안 경제회생에 실패했고 부패척결이 헛수고에 그쳤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거짓말을 안 하려고 노력하면 불면증에서 해방됩니다.과거의 거짓말을 상기하고,나는 그런 거짓말을 안 하겠다고 맹세하세요.삼선개헌은 안 하겠다는 거짓말,사회개혁 주도세력은 부패하지 않는다는 거짓말,집권 후 중간평가 국민투표를 실시하겠

다는 거짓말등을 잊지 마십시오.(그러고 보니 쌀 시장은 자리를 걸고 절대 개방하지 않겠다는 거짓말이 벌써 있었군요.)”

“마음을 비우십시오.뚜껑을 열고 마개를 따고 속에 든 것을 모두 쏟아내십시오.제자의 발을 씻은 성인(聖人)의 겸손을 닮으십시오.그러면 잠이 잘 올겁니다.”

“임금의 실수는 나라의 병입니다.깊이 자만을 경계하십시오.”(지두환저'조선과거실록'3백5쪽,서기 1611년 임숙영(任叔英)의 과거(科擧)답안)

시공(時空)을 뛰어 넘은 처방이 답지하는 것을 보면 아직 국민들로부터 충고를 듣는 정치인은 행복한 것 아닐까. 김성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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