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기강 해이해져 - 공무원들 업무 뒷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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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보사건과 김영삼(金泳三)대통령 차남 현철(賢哲)씨 사건으로 사회가 온통 시끄러운 가운데 국정을 이끌어가야할 공직사회마저 기강이 해이해지고 있다.특히 임기말 권력누수현상이 너무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자칫하다간 국정표류 현상까지 빚

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공직자들은 업무는 뒷전인채 차기를 향한 줄서기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위간부들은 말썽의 소지를 만들지 않으려고 현상유지등 몸사리기에 급급하고 말단공무원들도 눈치보기에 바빠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욕이 보이

지 않는다.잦은 개각도 공직 기강해이를 부른 한 요인으로 꼽힌다.

청와대는 최근 공직자들의 기강을 점검해본 결과 해이해진 상태가 심각하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나섰다가 현철씨 사건이 확대되면서 손을 놓고 있다.

임기말 현상은 새 내각을 출발부터 삐걱거리게 하고 있다.고건(高建)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행정규제 혁파를 내걸면서“권한을 가진 사람들에게 권한을 줄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각종 규제기구를 민간인 중심의 객관적 기구로 통폐합하는

복안을 밝힌바 있다.

그러나 행정규제중 가장 중요한 경제관계 규제심의권을 놓지않으려는 경제관계부처들의 반대에다 해당부처들의 소극적 대처로 무산될 상황에 처해있다.

강경식(姜慶植)경제부총리의 취임 일성인'실명제 보완'도 사실상 흐지부지되고 있다.

姜부총리는 실명제 보완의 소신을 갖고 있었으나 취임회견에서'실명제 보완'을 주장했다 청와대와 경제관련부처등의 반대에 부닥쳐 이후 구체적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실무관계자들은“과연 어디까지 손댈 수 있을까”라고 회의적 반응속에 부총리와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중이다.

과천 경제부처의 한 관리는“현정부 임기가 1년도 채 안남은데다 장.차관이 또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를 내놓을 엄두가 안난다”며“새 아이디어는 도리어 주위에서 쓸데없는 짓이란 눈총을 받기 십상”이라고 말했

다.

현철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 개시와 여권의 대선 레이스는 고위관료들을 더욱 동요시키고 있다.지난 5일 개각으로 자리를 옮긴 차관급 모인사는“검찰에서 현철씨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게 되면 또 그와 관련된 고위공무원 얘기가 나올 수

있고,그러면 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현철씨 관련 후속 보완개각까지 점치고 있다. 14일 오후 공항.지난”이라고 말했다.

현철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 개시와 여권의 대선 레이스는 고위관료들을 더욱 동요시키고 있다.지난 5일 개각으로 자리를 옮긴 차관급 모인사는“검찰에서 현철씨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게 되면 또 그와 관련된 고위공무원 얘기가 나올 수

있고,그러면 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현철씨 관련 후속 보완개각까지 점치고 있다. 14일 오후 공항.지난달 12일부터 황장엽(黃長燁)북한 노동당비서 관련 대테러대책반이 편성(경찰대.공단.서울지방항공청.안기부 인원 12명)

돼 있으나 경찰 경비과 인원과 공단 파견 직원 2명 이외의 대테러대책반 요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黃비서 사건후 출입차량에 대한 검문검색도 강화한다고 했으나 실제로 근무는 형식적이었다.공항 출입구에 한달째 배치돼 있는 의경들은 기계적으로 통과신호를 보낼 뿐이었다.

최근 광주시의 한 하수종말처리장 사무실에선 직원 4명이 일과시간중 포커도박을 벌이다 시청 감사반에 적발,해임됐다.

지난 5일 오후11시30분 부산시북구학장동 청파아파트 앞길에선 훔진 승용차를 타고 가던 金모(16)군이 교통경찰관에게 적발,순찰차에 태워져 호송을 기다리던중 경찰이 잠시 차에서 내린 사이 순찰차를 몰고 달아났다.

14일 오전 민정시찰차 서울경찰청 교통상황실에 들른 高총리는 당직경찰관으로부터 보고받았다.보고 도중 교통신호체계 얘기가 나오자 서울시장 시절 이를 결재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高총리가 몇가지 추가질문을 했다.경찰관은 한동안 머뭇거리다“여기 온지 얼마 안돼 잘 모른다”고 얼버무렸다.〈오병상.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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