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힘센 사람이 좀 맘대로 하자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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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7일 "'가급적 바꾸지 말자'가 보수고, '고쳐가며 살자'가 진보"라며 "한국에서 뻑하면 진보는 좌파고 좌파는 빨갱이라고 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는 암적인 존재"라고 지적했다.

盧대통령은 "한국처럼 오른쪽에 있는 나라는 더더욱 바꾸지 말자는 기득권 향수가 강할 수밖에 없다"며 "합리적 보수, 따뜻한 보수 별의별 보수를 갖다 놓아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盧대통령은 이날 연세대 리더십센터의 초청 특강에서 이같이 말하고 "보수는 힘센 사람이 '좀 맘대로 하자, 적자생존을 철저히 적용해 경쟁에서 이긴 사람에게 거의 모든 보상을 주는 약육강식이 우주섭리에 가깝다'고 말하는 쪽"이라고 말했다.

반면 "진보는 '더불어 살자, 인간은 어차피 사회를 이뤄 살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盧대통령은 지적했다.

盧대통령은 "한때 소련이 붕괴됐을 때 진보.보수가 바뀌었다"며 "그래서 부득이 보수가 공산주의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盧대통령은 최근의 경제위기 해석 논란과 관련, "경제위기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많은 지표를 보고 있는데 위기는 언제든지 오지만 잘 관리하고 있어 내가 있는 동안은 문제가 없다"며 "안심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3.8% 성장했을 때 경제가 그날로 붕괴할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살았다"며 "(그러나)실제 그 같은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경제가 더 살아나지 못했다는 강력한 학설이 있다"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에 따르면 성장과 분배는 같이 가야 성공한다고 한다"고도 덧붙였다.

盧대통령의 이날 강연은 연세대 김형철 교수의 '리더십 이론'을 수강하는 학생들의 편지 요청을 수락해 이뤄졌으며 이날 盧대통령은 700여명의 학생들 앞에서 강연하고 즉석에서 일문일답을 했다.

盧대통령은 특히 "대화와 타협의 문화가 바로 상생"이라며 "그러나 진실하게 이것을 실천해야 할 의지가 있어야 하며 상대방에 양보받기 위해, 공격하기 위해 상생을 내세우면 반드시 실패한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김혁규 전 경남지사의 총리 지명에 반대하는 야당에 대한 메시지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이와 관련, 盧대통령은 "상생은 대화와 토론이 얼추 다 됐는데 마지막 꼭지가 안 따질 때 표결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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