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프트파워 강국되려면 국가 브랜드부터 키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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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세계적인 기업들이 브랜드 이미지에 사활을 걸듯 정부도 국가 브랜드 구축에 적극 나서야 소프트파워 강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얀 멜리슨(48·사진) 벨기에 앤트워프대 외교학 교수는 “한국이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대국이 각축하는 동아시아에서 발언권을 높이려면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15일 신라호텔에서 자신이 편찬한 『신공공외교-국제관계와 소프트파워』 한국어판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앞서 11~12일에는 동아시아연구원(EAI)과 미국 시카고국제문제연구소(CCGA)가 공동 주최한 ‘소프트파워와 동아시아 외교’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멜리슨 교수는 “국제사회에서 아시아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정치·경제·문화 등에서 분명한 목소리를 낸다면 큰 힘을 낼 수 있다”며 “한국 정부와 민간이 국제기구나 회의 등에 적극 참여하는 등 세계에 한국을 알리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야 한국과 같은 중간 규모 국가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무기를 없애기 위한 6자회담은 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도 정작 한국 젊은이들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강국인 한국이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로도 인터넷 콘텐트를 만들어 세계에 한국의 모습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며 “이런 점에서 한국은 인터넷을 활용한 국가 브랜드 구축에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7세기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 이후 다른 나라 국민을 상대로 한 공공외교가 꽃을 피웠는데, 인터넷은 획기적인 공공외교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멜리슨 교수는 “국가 브랜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며 “민간 차원의 인권 증진이나 스포츠 외교 등 폭 넓은 교류가 외교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브랜드 구축에 실패한 사례로 중국을 꼽았다. 최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대화를 나눈 일로 공식적인 불만을 표시한 중국이 유럽인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심었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중국이 세계 지도국가로 떠오를 때 인권이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브랜드 구축에 성공한 사례로는 스페인을 꼽았다. 국내 정치가 불안한 상황에서도 매력적이고 정열적인 나라라는 국가 브랜드를 만들어 외국인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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