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대통령의 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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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역사상 부자(父子)가 모두 대통령을 지낸 경우는 2대 존 애덤스와 6대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부자가 유일하다.하지만 존 퀸시 애덤스는 대통령이었던 아버지로부터 아무런 혜택도,후광(後光)도 업지 않았다.20세때 하버드대를 우등

으로 졸업하고 23세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그를 처음으로 공직에 발탁한 사람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었다.워싱턴대통령은 5개국어에 능통하고 해박한 지식을 지닌 27세의 젊은이를 주(駐)뉴질랜드 공사에 임명한 것이다.

막상 아버지가 대통령이 되자 그는 스스로 공직에서 물러났다.각료들이 아들 존을 주프로이센 공사에 천거했을 때도 애덤스대통령은 완강하게 거부했고,아들도 완곡하게 사양했다.이번에는 존의 재능을 높이 평가한 워싱턴 전대통령이 나서 아버

지를 설득했다.“당신의 아들이기 때문이 아니다.그는 외국문제에 관한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재질을 갖춘 젊은이기 때문이다.”

애덤스대통령은 마지 못해 아들을 그 자리에 임명했다.그를 국무장관으로 발탁한 사람도 5대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었다.존 퀸시는 대통령임기를 마친뒤에도 17년간 하원의원을 지냈다.

대통령의 아들들은 대개 아버지의 권력을 동경하고 흠모한다.그 권력이 마치 자기 것인양 착각하는 아들들도 있다.하지만 그런 아들들이 정치적으로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만약 존 퀸시가 정치적 야심을 가지고 아버지가 가진 권력의 주

변에서 설쳐댔던들 그는 결코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아버지의 권력은 오직 아버지만의 것일뿐 자신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그는 일찍부터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영어(囹圄)의 몸이 돼 있는 두 전직대통령의 아들들도 한때 정치에 뜻을 품었었다.아버지들이 법의 심판을 받게 돼 그 꿈은 무산됐지만 그들은 그래도 아버지들의 대통령재임중 물의를 빚지는 않았다.그중 한 아들이 현정권 출범초기

현직 대통령의 아들에게 했다는 '충고'가 자못 의미심장하다.“당신이 바쁠수록 국가에 해를 끼친다.대통령의 아들은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피해야 한다.사람 만난다는 소문이 나면 당신앞에 줄을 설게 뻔하니까.”이 말은 백번 옳다.지금 대

통령의 아들이 그동안 너무'바빴'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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