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구·광주시민 발목잡는 파업 풀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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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구.광주 시내버스 노조 파업이 나흘째를 맞고 있다. 시민의 발이나 다름없는 시내버스의 운행이 중단되면서 출퇴근길 교통대란이 벌어지고 있고, 학교와 직장에서는 지각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노조가 핵심 대중교통 수단을 마비시켜 시민 불편을 초래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답답한 것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는 준공영제라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위해 노조가 회사의 이익까지 대변하면서 지자체에 압력을 가하고, 정작 노사협상은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준공영제는 버스업계와 자치단체가 수입금을 공동관리하되 적정이윤과 운송비용을 자치단체 예산으로 보장해주는 제도다. 적자가 나면 자치단체가 이를 보전하고, 흑자가 나면 시설 개선 등에 재투자한다는 것이다. 노조로서는 만성적자인 회사를 살려 자신들이 원하는 두자릿수 임금인상을 쟁취할 수 있고 버스 업자는 땅집고 헤엄치는 해법인 것이다. 이러니 시민들이 아무리 불편을 호소해도 노사협상에 진전이 있을 리 없다.

문제는 지금도 대구시와 광주시가 연간 200억원과 80억원을 업계에 지원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태에서 준공영제가 시행될 경우 광주시의 경우 연간 2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해야 한다. 노조의 요구는 한마디로 적자분을 시민의 세금으로 메워달라는 주장인 셈이다.

이렇게 노조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은 건설교통부의 탁상행정 때문이다. 건교부는 시내버스 노사협상이 한창 진행 중인 지난 18일 6대 광역시 관계자들을 불러 준공영제 도입을 유도했다. 노조와 업계로서는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결과가 됐고, 지불 능력이 없는 자치단체는 사면초가의 상태에 빠진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정책 판단의 오류를 인정해 준공영제 확대방침을 철회해야 한다. 버스노사도 무리하게 떼를 쓰기보다 파업을 철회하고 구조조정과 경영합리화 등 먼저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모색해야 한다. 자치단체도 급한 불 끄기에 급급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밑빠진 독에 물 붓기이며, 특혜시비에서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