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컴퓨터로 세상을 들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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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깜짝 놀랄 컴퓨터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청각장애인 지현길(池炫佶.20.나사렛대 전산정보학과 2년)씨는 최근 정부가 주는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11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6회 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워드프로세서 분야 금메달을 땄다. 금메달 수상자 중 가장 나이가 어렸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청각 기능을 잃어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기가 힘들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사촌 형에게서 컴퓨터를 물려받으면서 자연스레 컴퓨터와 친구가 됐다. 컴퓨터를 체계적으로 배운 것은 농아학교인 서울선희학교를 다닐 때다.

"소리를 못들어 답답한 저의 심정을 컴퓨터로 달랬습니다."

고교 2학년 때인 2001년 국내장애인기능대회 워드프로세서 분야에서 금상을 탔다. 그리고 지난해 장애인 편의시설이 많이 갖춰진 천안의 나사렛대에 진학했다. 나사렛대 문현주(33.여)교수와 MSN문자메신저를 통해 '대화'하며 지도받았다. 文교수는 "현길이는 남들보다 뛰어난 집중력과 번뜩이는 창의력을 지녔다"고 말했다. 池씨는 하루 6시간 이상 컴퓨터 게임을 즐긴다. 그는 뮤.디아블로2 등 롤플레잉 게임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하프.레인보우 등 건슈팅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수업이 없는 휴일에는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때도 있어요. 게임 경험을 충분히 쌓지 않고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없습니다." 그는 워드.정보처리, 정보기기.그래픽스 운용 등 기본적인 자격증을 모두 갖고 있다. 앞으로 리눅스마스터 등 서너가지 자격증을 더 따낼 작정이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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