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미 피토프스키교수, '지나친 독과점 규제 피해야'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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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70년대 후반 미국 조지타운대 법학교수였던 로버트 피토프스키(얼굴)는 독점감시기관이 독점의 정치적 측면을 망각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누구도 지나치게 강력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미국은 몇몇 거대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경고했다.20년이 지난 지금 예전같으면 생각할 수도 없었던 대형 합병이 줄을 잇고 있다.그 결과 항공산업에서 은행.통신분야에 이르기까지 일군의 대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게 됐다.

이같은 대형 합병을 승인한 사람은 바로 독점감시기관인 연방거래위원회(FTC) 피토프스키 위원장이다.심지어 그는 합병의 효율성은 합병 당사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공식화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반독점정책이 이처럼 변모한 원인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전후 기업합병과 대기업에 대한 지나친 독점규제에서 비롯된다.

당시 미국에선 기업결합이 나치 독일하의 독점체제에 비견되면서 철저히 배격됐다.웬만한 합병은 독과점의 폐해가 명백하지 않은데도 그럴'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불가(不可)'판정을 받았다.그러다가 70년대 초 시카고학파가 득세하면서

독과점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논란이 됐다.

이들은“독과점하에서도 경제의 효율성이 올라가면 가격인하에 의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주장을 펼쳤다.이같은 자유주의경제론은 80년대 들어 사법부의 판단에 반영되기 시작했다.여기에다 급격한 시장상황의 변화와 국경을 넘어선 경쟁은 독점규제의 명분을 더욱 떨어뜨렸다.미 법무부가 10년 넘게 심의중이던 IBM에 대한 독점규제안은 컴퓨터시장의 판도변화로 IBM의 독점력이 상실됨에 따라 레이건 행정부때 자연스럽게 기각됐다.

이는 독점규제당국으로선 미국의 월남전 철수와 맞먹는 후퇴였다.그러나 독점기업을 견제할 세력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피토프스키는“(자신이)그다지 변한게 없다”며 60년대식 무차별 규제는 안되겠지만 대규모 합병과 기업결합에 대한

감시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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