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자동차주 … 점유율 높이면 기회는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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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국 ‘빅3’ 자동차 회사 구제금융법안이 상원에서 부결됐지만 12일 뉴욕 증시는 오히려 약간 올랐다. 미 정부가 즉각 다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덕분이다. 그러나 빅3를 살리는 과정은 앞으로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득실도 이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확 커진 시장 위험=미국 빅3가 발행한 회사채만 1조 달러가 넘는다. 이게 휴지조각이 된다면 간신히 안정을 되찾은 금융시장은 다시 파국으로 치달을 위험이 커진다. 자동차산업에 고용된 300만 명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지는 건 물론이다. 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최악의 경우 현재 6.5%인 실업률이 9%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비가 급감하는 건 불 보듯 뻔한 결과다.

세계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도 엄청나다. 부품업체들이 얽히고 설켜 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빅3 중 하나만 파산해도 보쉬나 콘티넨털 같은 유럽 부품업체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문제가 쉽게 풀릴 것 같지도 않다. 미 정부는 금융회사 지원용 자금 7000억 달러 중 일부를 돌려쓸 궁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의회 승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돈 3500억 달러 중 3350억 달러는 이미 써버렸다. 그렇다고 남은 150억 달러를 몽땅 빅3에 털어넣기도 어렵다. 공화당이 반대하는 곳에 돈을 다 쓰면 의회로부터 남은 3500억원의 사용 승인을 받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화증권 용대인 연구원은 “당장은 간신히 연명할 정도의 자금만 주어질 것”이라며 “새 구제안이 마련되기까지 세계 금융시장은 또 하나의 시한폭탄을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점유율 상승이 중요=사실 이런 식으로 빅3를 살리나, 당장 파산시키나 결과에는 큰 차이가 없다. 결국 쪼개서 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빅3도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제출한 자구안에서 엄청난 규모의 감산과 자산 매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장에 공급이 확 준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수요는 그보다 더 빨리 줄고 있다. LIG투자증권 안수웅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에서 시작된 수요 감소가 신흥국까지 전염된 상태”라며 “내년 세계시장 판매 규모가 3% 넘게 감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시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달에만 27%나 줄었다. 내년까지 자동차주가 힘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삼성증권 김 센터장은 “자동차는 이미 생활필수품이 됐기 때문에 줄어든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가 경기가 풀리면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당장 판매가 줄어도 점유율이 느는 게 중요한 이유다. 그동안엔 빅3의 공백은 주로 일본 업체가 메웠다. 대신증권 김병국 연구원은 “올해 미국 업체들은 시장점유율이 4.5%포인트 줄었는데 일본 업체들은 2.5%포인트, 한국 업체는 0.3%포인트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앞으론 사정이 조금 달라질 공산이 크다. 환율 때문이다. 이미 수요 감소와 엔고를 이기지 못한 일본 업체들은 감산을 서두르고 있다. NH투자증권 안상준 연구원은 “한국 업체는 소형차에 강점이 있고 신흥시장 판매 비율이 높아 불황을 견뎌낼 내성도 강하다”며 “일본 업체까지 감산하면 한국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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