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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IT] IT + 의료 ‘ u-헬스’ 쓰촨 대지진 때도 한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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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올 5월 중국 쓰촨(四川)성에서 발생한 대지진 때였다. 시스코는 대지진 참사로 폐허가 된 쓰촨성을 지원키로 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의료 지원을 요구했다. 인터넷 장비회사에 통신망 구축이나 대규모 후원금이 아닌 의료봉사는 생소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쉽게 풀렸다. 미국 본사에서 실물 영상 사이즈의 첨단 영상회의시스템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를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아서다. 이를 통해 수많은 부상자가 고해상도의 스크린으로 국내외 전문 의료진들에게 진단과 처방을 받았고, 보다 신속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시스코는 후원금 기부보다도 비용을 덜 들이면서 기업 이미지를 크게 높였다.

이처럼 정보기술(IT)은 생활 곳곳에 접목되고 있다. 특히 IT와 의료의 아름다운 만남인 ‘u-헬스’는 세계 각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로 떠오르고 있다. 그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환자가 멀리 떨어진 의료진과 언제·어디서나 원격으로 건강 체크나 진료 상담, 운동 자문까지 받을 수 있다. 가정에서 각종 임상 기록은 물론 의료 검진 영상까지 지구 반대편의 전문 의료진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도 한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은 기본이다.

이런 추세에 선진 IT 업체들이 u-헬스 비즈니스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필립스는 헬스케어를 IT에 융합한 대표적인 회사다. 이 회사는 최근 환자들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가정에서 TV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홈 헬스케어시스템인 ‘모티바(Motiva)’를 서비스하고 있다.

인텔은 아예 ‘디지털 헬스 사업부’를 출범했고, 가정에서 원격 진료를 할 수 있는 PC도 개발했다. 시스코도 쓰촨성의 경험을 바탕으로 원격 진료용으로 특화한 ‘헬스 프레즌스’를 시험 운영 중이다.

웬만한 국가들은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가 갖춰져 u-헬스는 이제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 국민 복지를 위해 당연히 추진해야 할 일이다. u-헬스는 지리적인 한계로 첨단 의료를 지원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의 설움을 씻어줄 수 있다. 각국 의료진 간에 국경을 넘는 보다 원활한 정보 공유 및 커뮤니케이션으로 국가·지역 간 의술 격차도 해소된다.

최근 한국 정부가 u-헬스 시범 사업에 나섰다는 소식을 들었다. LG CNS가 미국 인텔과 손잡고 홈 헬스케어 전용 단말기 ‘터치닥터’를 선보였다는 발표도 봤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원격 진료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관련법 개정 및 의료 체계 개선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정부가 생명을 다루는 의료 분야에 규제를 하고, 국민 개인정보를 보호할 의무는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의료 및 IT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신비즈니스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한국에서도 IT와 의료의 아름다운 만남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강성욱 시스코시스템즈 아시아 총괄 사장(skhang@cis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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